UFC에 데뷔하기 무섭게 레오나르도 가르시아-마크 호미닉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린 정찬성은 지난 16일(한국시각) 미국 페어팩스 패트리어트센터에서 열린 'UFC on Fuel TV 3' 메인이벤트 페더급 매치에서 더스턴 포이리에(24·미국)를 맞이해 4라운드 1분 7초에 초크 기술에 이은 서브미션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UFC 3연승을 내달린 정찬성은 차기 페더급 챔피언 도전권을 확보했다.
현 UFC 페더급 챔피언이자 14연승을 달리고 있는 ‘절대강자’ 조제 알도는 오는 7월 'UFC 149'에서 에릭 코크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4차)을 앞두고 있다. 매치의 승자는 빠르면 올 하반기 방어전을 치를 전망이다. 따라서 올 연말쯤에는 정찬성이 한국인 최초로 UFC 타이틀매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찬성은 미국 현지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동양권 파이터다. UFC에서 경기를 많이 치른 것은 아니지만 매번 명경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찬성 경기가 펼쳐지는 날에는 현지 팬들이 태극기를 흔들거나 ‘코리안 좀비’ 문구와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다나 화이트 대표 또한 여러 경로를 통해 정찬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고미 다카노리-추성훈 등 입성 당시부터 빅네임으로 분류됐던 선수들도 보여주지 못한 임팩트를 정찬성이 내뿜었기 때문이다. 정찬성 선전에 고무된 일각에서는 NBA '황색돌풍'의 주역 제레미 린과 비교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UFC 황색돌풍, 코리안 좀비가 이끈다!
NBA(미국 프로농구)에서는 이른바 '황색돌풍'이 거셌다. 신체적-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여전히 동양인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NBA 무대에 무명의 동양인이 신데렐라처럼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뉴욕 닉스의 대만계 미국인 제레미 린(23ㆍ중국명 린수하오)이 그 주인공이다. 최근에도 그를 둘러싼 여러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
린이 동양 농구사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NBA에서 잠깐이라도 뛰어봤던 동양 선수들은 대부분이 빅맨 계열이었다. 동양 선수들의 운동능력이나 센스는 현지에 전혀 어필할 수 없었고, 야오밍(중국·229cm)-하승진(한국·221cm) 정도의 체격은 갖춰야 그나마 관심을 보였다. 타부세 유타(일본·175cm)는 가드로서 NBA 무대를 잠깐 밟아봤다는데 만족해야했다.
이렇듯 동양 선수들에게 큰 장벽 같은 NBA에서 린은 그야말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신장 191cm에 평범한 체격을 가진 그는 동양인에게는 ‘금지된(?)’ 포지션인 가드를 맡았다. 하지만 린은 달랐다. 뛰어난 패싱 센스와 공격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침체에 빠진 닉스의 새로운 야전 사령관으로 급부상했다. 한 술 더 떠 폭발적인 득점력마저 과시하며 단숨에 지난 시즌 NBA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동양계 혈통에 하버드대학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배경은 그의 캐릭터를 더욱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의 이름을 딴 '린새니티(Lin+insanity)'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린의 팬임을 밝히는가 하면, 지난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소속팀 닉스를 포함 NBA 각팀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그를 얻기 위해 경합중이다. 어떤 팀과 계약을 하든 4년간 3,800만 달러(약 435억 원)선의 장기계약이 유력하다.
정찬성이 포이리에를 상대로 그라운드 공방을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정찬성을 린과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량 수준을 떠나 아직 MMA는 메이저스포츠 NBA를 따라가기에는 규모나 인지도에서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타고 있는 UFC에서 동양인 선수로서 펼치는 활약도만 놓고 봤을 때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UFC 무대에서 동양인 파이터들은 지극히 약소세력으로 분류된다. 현지 미국 파이터들을 중심으로 ‘격투 강국’ 브라질 세력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으며 캐나다-영국 등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한때 기세를 올렸던 일본도 잠잠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찬성 약진은 개인을 넘어 동양 선수들의 위상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카미 유신-히오키 하츠처럼 아슬아슬하게 승리만 챙기는 스타일이 아닌, 화끈한 경기를 펼치고 좋은 성적표까지 받고 있어 향후 한국을 포함한 다른 동양 파이터들의 UFC 진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찬성이 14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절대 강자’ 호세 알도(25·브라질)를 꺾고 타이틀을 획득하고 방어전까지 몇 차례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동양권 격투사는 그의 손에 의해 새롭게 쓰일 수밖에 없다. 박찬호-노모 히데오 등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동양 선수들의 선구자로서 이름을 빛냈듯, UFC 규모와 가치가 높아질수록 정찬성의 이름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 자명하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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