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 27년간 잡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지난 8일(한국시각)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한 퍼거슨 감독은 "은퇴 결정은 가장 신중하게 생각했던 부분으로 단 한 번도 가볍게 여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팀을 강력하게 만들어놓고 떠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며 "EPL 우승을 일궈낸 전력에다 선수들 연령대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유스 시스템 역시 완벽해 맨유의 미래는 밝다"고 밝혔다.
퍼거슨 주치의도 “9년 전 인공심장을 이식받은 그의 건강 상태를 고려, 지금이 은퇴 적기"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퍼거슨은 27년 동안 프리미어리그 13회 우승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5회 등 총 38개 우승컵을 맨유에 안겼다.
결국, 맨유는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 시즌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에서 공식 은퇴하는 퍼거슨 감독 뒤를 이어 에버턴을 이끌고 있는 데이빗 모예스 감독(50)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맨유와 6년 계약을 맺은 모예스 감독은 오는 7월 2일 공식 취임한다.
퍼거슨과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모예스 감독의 맨유 취임은 새삼스럽지 않다. 깜짝 놀랄 일도 아니다. 퍼거슨 감독이 70대에 들어서 은퇴설이 난무했을 때도 모예스 감독은 언제나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지도자 3회(2003·05·09) 수상에 빛나는 모예스는 혈기왕성한 지도자다. 견고한 허리를 중심으로 지속적 압박과 간결한 공격전술을 펼친다. 문제는 모예스 감독과 몇몇 맨유 선수의 껄끄러운 관계다.
웨인 루니(28)는 모예스와 ‘상극’으로 유명하다. 루니는 자서전에서 “(에버턴 시절) 모예스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 아시아, 아프리카 어디든 개의치 않다”고 밝혀 루니 이적은 시간문제가 됐다.
불화의 시작은 오해에서 비롯됐다. 모예스는 루니의 다혈질 성격을 고쳐주기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지만, 루니는 이를 지나친 권위의식으로 여겼다.
모예스와 루니가 출판물 소송까지 갔던 일을 오해가 빚은 사건으로 정리한다면, 모예스와 가가와 신지는 전술상에서 파열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터프한 미드필더를 선호하는 모예스에게 ‘단정한 미드필더’가 성에 찰 리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더구나 모예스는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 지도자로 ‘자존감’이 높다. 따라서 ‘새 술은 새 부대’ 정신에 입각, 기존 퍼거슨 색깔을 지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모예스 측근은 “에버턴 주축 선수들 일부를 맨유로 데려오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흘린 바 있다.
일본 축구팬들도 이런 부분을 걱정하고 있다.
“모예스가 육성한 마루앙 펠라이니가 맨유에 온다면 가가와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펠라이니는 올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공수 양면에 걸쳐 기여도가 높은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다.
성급한 팬들은 벌써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독일 명문 도르트문트에 남았다면 가가와 가치는 더 상승했을 것”이라는 푸념 아닌 푸념을 하고 있다.
물론 희망의 목소리도 있다. “모예스 부임 첫 시즌이 중요하다”면서 “가가와가 기회 때마다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승산이 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약점이었던 피지컬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가와 ‘영혼의 단짝’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가 맨유 이적한다면, 가가와 출전기회는 늘어날 확률이 높다"는 기대도 있다.
축구에서 감독이 바뀌면 전술도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전임 감독의 총애를 받던 선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도 했다. 조원희, 지동원, 구자철 등 이미 한국 유럽파도 쓰린 경험을 한 바 있다. 가가와가 맨유에서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주목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