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박수치며 떠나보냈다. ⓒ 연합뉴스
‘절친’ 박지성(33)과 엔도 야스히토(34)는 2011 아시안컵 이후 행보가 엇갈렸다.
박지성은 성장하는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엔도는 마땅히 후계자가 없다는 구실로 자의 반 타의 반 대표직을 고수했다.
그 결과는 엇갈렸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한국은 전화위복에 성공한 반면, 일본은 반대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일본의 불안한 미래상이 감지됐다.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6일(한국시각)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홈팀 브라질에 0-3으로 완패했다. 참담한 결과만큼 내용도 부실하고 무기력했다.
일본은 전반 3분 만에 네이마르에게 하프 발리 실점을 허용한 뒤 끌려다녔다. 후반엔 파울리뉴와 조에게 잇따라 골을 내주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얼굴마담’ 혼다 케이스케(27·CSKA 모스크바)는 두 차례 개인전술로 브라질 수비진을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요타케와 오카자키 등이 컨디션 난조로 혼다를 받쳐주지 못했다.
일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혼다 원맨팀’이 됐다. 혼다가 있고 없고의 경기력 차가 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고급 브랜드’를 걸친 가가와 신지는 혼다와 비교하면 존재감이 흐리고 세련미도 떨어진다. 월드컵 2차 예선이 대표적 예다. 부상으로 쓰러진 혼다 대신 가가와가 에이스로 나섰지만, 우즈베키스탄전 1무1패, 북한 원정 1패 졸전을 펼쳤다. 한 마디로 혼다가 빠진 일본은 칼자루 잃은 사무라이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지난 2011 아시안컵 우승 이후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활동량을 요구하는 허리에서 급격한 노화가 진행 중이다. 34살 엔도 야스히토에게 풀타임을 맡기기엔 무리다. 브라질과의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수비가담이 느려 일본 중원이 허허벌판이 됐다.
엔도가 뛰지 못하니 하세베-가가와-혼다까지 연쇄적으로 과부하가 걸린다. 엔도 몫을 다른 선수가 한 발 더 뛰며 메우는 형국이다. 결국, 2년 전 아시안컵 우승 당시가 엔도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지금은 용암을 모두 토해낸 백전노장 분화구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미래 지향적 팀’으로 탈바꿈했다. 2011 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이 은퇴, 한국축구는 한동안 후유증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젊은 피 태극전사들은 모진 풍파를 겪으면서 다부지게 성장했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쾌거가 전화위복 시발점이다. 2014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이청용, 김보경, 박종우, 이명주, 구자철, 지동원, 손흥민 등이 한 발 더 뛰며 박지성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한국은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서 값진 승점 3점을 추가, ‘포커페이스’ 최강희 감독이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즉시 전 세계에 "‘아시아 거인’ 한국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시아 최초 8회 연속 본선진출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축구 종가’ 영국언론도 한국의 견고한 뒷심을 반겼다. 특히 볼턴 지역 일간지는 "볼턴의 아들 이청용이 ‘아시아 보스’ 한국의 자존심을 살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세계 속 아시아 축구 ‘보스’는 여전히 한국임이 선명히 각인됐다. 일본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해도 부럽지 않은 까닭이다.
한국은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아르헨티나의 박종환’ 마르셀로 비엘사가 거론되고 있다. 멘탈을 강조하는 비엘사가 온다면 젊은 피 태극전사의 정신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 월드컵서 ‘노장 사무라이’ 일본보다 생기발랄한 진격의 거인 한국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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