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념행사서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 획득 선언
김연아는 유종의 미 거두기 위한 마지막 준비에 박차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생애를 그린 추억의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안토니오 살리에르가 모짜르트를 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살리에르 역시 엄청난 노력을 하며 궁정 음악가까지 오르긴 했지만 결국 모짜르트의 천재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를 두고 후세들은 살리에르가 노력을 했지만 천재 모짜르트의 창의력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2인자 콤플렉스를 뜻하는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지금 아사다 마오(일본)를 보면 '피겨퀸' 김연아의 천재성과 창의력을 넘어서기 위한 살리에르를 보는 듯 하다. '살리에르 증후군' 2인자 콤플렉스에 다름 아니다. 일본 팬이 보면 펄쩍 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아사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 반박하기 힘들다.
물론 주니어 때는 아사다가 한발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김연아 측도 이를 인정한다. 김연아의 모친인 올댓스포츠 박미희 대표도 김연아가 주니어에서 뛸 때 "동갑내기 선수가 있는데 정말 넘어서지 못할 벽인 것 같다. 그 선수가 바로 아사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의 예술성과 기술 잠재성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아사다와 위치가 역전됐다. 아사다가 김연아를 제대로 이겨본 것은 지난 2008년 고양서 벌어졌던 그랑프리 파이널 밖에 없다. 지난 2010년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에서도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기긴 했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심신이 지쳐있고 목표가 어느 정도 상실되면서 정신력이 떨어졌을 때라 비교하기가 힘들다.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사다가 아직까지도 트리플 악셀을 버리지 못한 것에 있다. 힘이 넘치는 주니어 때는 트리플 악셀이라는 고난이도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었을지 몰라도 점프 높이가 낮아지는 20대 중반으로 들어서면, 그만큼 성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힘이 남아있던 20대 초반에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트리플 악셀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20대 중반에 성공시킨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쿼드러플 살코 기술이 있었던 안도 미키 역시 20대 중반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이 기술을 과감하게 버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사아의 '트리플 악셀' 시도는 오히려 집착에 가깝다.
아사다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러한 점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리플 악셀을 계속 시도하려는 것은 성공할 경우 엄청난 점수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성공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회전수 부족은 기본이었고 두발 착지도 부지기수였다. 트리플 악셀을 돌려다가 싱글이나 더블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실패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높은 기본 점수에서 감점을 감수해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받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기에 아사다는 급기야 금기시 되는 발언까지 하고 말았다. 최근 자신의 모습이 담긴 비행기 출항 행사에 나서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최고로 좋은 색깔의 메달을 따오겠다"고 말한 것. 금메달 획득 선언이다. 전일본선수권에서 우승은커녕 트리플 악셀의 잇따른 실패로 3위까지 밀린 선수가 한 말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아사다가 다급해졌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김연아는 조용하게 준비하고 있다. 현역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조금 탈이 나자 무리하지 않고 과감하게 그랑프리 시리즈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첫 연기를 한 뒤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대회인 피겨선수권을 통해 최종 점검에 나선다.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 전일본선수권까지 강행군을 한 아사다와 비교할 때 매우 조용한 행보지만 착실한 준비라고 봐도 좋다.
'살리에르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콤플렉스 때문에 영원히 2인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즐기지 못한다는 얘기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저 사람만은 꺾어야지"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니 생기는 결과다. 김연아와 마지막이 될 대결에서 아사다가 그나마 다크호스라도 되려 한다면 '살리에르 증후군'부터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