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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한 방에 에버턴 '잔인한 박싱데이'


입력 2013.12.27 09:07 수정 2013.12.27 09:15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PK 유도-GK 퇴장-PK골 성공 ‘원맨쇼’

EPL 데뷔골, 선덜랜드 1-0 박싱데이 승리

기성용이 EPL 데뷔골을 터뜨리며 선덜랜드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SBS ESPN 중계화면 캡처)

기성용(24·선덜랜드)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정규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며 안방에서 1년 동안 패배가 없던 에버턴을 울렸다.

기성용은 27일(한국시각) 구디슨 파크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25분 페널티킥 골을 직접 성공시켰다.

기성용의 페널티킥 골 하나로 선덜랜드는 에버턴에 1-0 승리, 올 시즌 원정 9경기 만에 첫 승(1승3무5패)을 따냈다. 기성용이 소속팀 선덜랜드에 박싱데이에 엄청난 선물을 한 셈이다.

기성용의 '승점3 선물'에 선덜랜드는 승점13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꼴찌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박싱데이의 승리로 최하위는 물론 강등권 탈출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덜랜드가 올 시즌 정규리그 원정 첫 승을 거둔 것도 중요하지만 1년 동안 이어졌던 에버턴의 정규리그 홈경기 무패가 마감됐다는 것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에버턴은 지난해 12월 30일 첼시와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1-2로 진 뒤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정규리그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 첼시전 패배 이후 12승5무로 1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범위를 모든 공식 경기로 넓혀도 지난 3월 9일 위건 애슬레틱을 상대로 한 FA컵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리했거나 비겼다. 공식 경기의 홈 기록은 14승 5무 1패에 달한다.

또 에버턴은 올 시즌 공식 경기에서도 구디슨 파크에서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정규리그에서만 5승 3무를 기록했고 리그 캐피탈 원 컵에서 1승을 더해 6승 3무를 올렸다. 올 시즌 구디슨 파크에서 희생양이 됐던 팀은 풀럼(4-0), 스토크 시티(4-1), 헐 시티(2-1), 뉴캐슬 유나이티드(3-2) 뿐 아니라 첼시(1-0)까지 있다. 리버풀(3-3)과 토트넘 핫스퍼(0-0),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0-0) 역시 구디슨 파크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바로 이런 에버턴의 기록을 깬 것이 기성용이었다. 리그 캐피탈 원 컵 8강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진출 데뷔골을 넣었던 기성용은 이날도 에버턴의 골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특히 전반 25분에는 기성용이 직접 페널티킥을 만들어내고 직접 성공시켰을 뿐 아니라 골키퍼까지 퇴장시키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버턴 골키퍼 팀 하워드가 미드필더 레온 오스만에게 패스를 전달한 것을 기성용은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어냈다. 오스만이 한차례 더듬은 것을 간파한 기성용이 곧바로 가로챈 뒤 하워드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고 다급한 하워드는 태클로 막으려다가 파울을 범하고 말았다. 주심의 판정은 당연히 페널티킥과 하워드의 퇴장이었다.

기성용은 하워드 대신 나선 호엘 로블레스를 상대로 페널티킥을 찼고 공은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블스 역시 기성용의 방향을 읽고 공이 향하는 쪽으로 몸을 던졌지만 기성용의 발에서 떠난 공이 로블스보다 더 빨랐다.

기성용의 잉글리시 프리머이리그 데뷔골이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첫 페널티킥 성공의 순간이기도 했다. 보통 페널티킥이라고 하면 순도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기성용처럼 페널티킥 파울을 유도해내고 상대 퇴장까지 이끌어내며 직접 성공까지 시킨 것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기성용의 활약은 이것뿐만 아니었다.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지 않았을 뿐이지, 결정적인 순간은 제법 많았다.

전반 7분 파비오 보리니의 오른발 슈팅 때 패스를 전달했던 기성용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인 전반 36분 온드레이 셀루츠카의 슈팅 역시 패스를 내줬다. 골만 됐더라면 어시스트로 기록될 수 있었다.

전반 37분에는 세바스티안 라르손의 코너킥을 직접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에버턴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했다. 후반 20분 필립 바슬리의 오른발 슈팅이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을 때도 바슬리에게 패스를 전달한 것이 바로 기성용이었다.

반면 에버턴은 하워드의 퇴장으로 미드필더 오스만을 빼고 또 다른 골키퍼 로블레스를 기용하면서 수적 열세는 물론 전술까지 흐트러졌다. 전반에 단 세 차례 슈팅에 그친 것만 보더라도 에버턴이 얼마나 고전했는지 알 수 있다. 에버턴은 후반 중반 들어 경기력을 회복하며 만회골을 넣으려 애썼지만 수적인 열세인 상황에서 선덜랜드의 수비를 공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기성용의 페널티킥 하나에 에버턴은 구디슨 파크에서 1년여 만에 정규리그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더구나 에버턴은 주전 골키퍼인 하워드가 오는 29일 사우스햄튼과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됨에 따라 적지 않은 전력 누수 요인까지 생겼다. 이래저래 에버턴에 '잔인한 박싱데이'가 됐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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