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선수들에게는 정규시즌을 대비한 컨디션 점검 정도의 성격이라면, 1군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스프링캠프를 통해 새롭게 선을 보이는 유망주들에게는 시범경기가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팬들 입장에서는 미래의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새 별들의 탄생을 점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도 주목할 만한 시범경기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먼저 삼성 좌완투수 백정현(27)은 시범경기에서 가장 뜨거운 피칭을 선보였다.
백정현은 지난 21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전에서 5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8일 대구 KIA전(5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16일 대구 롯데전(3.2이닝 2피안타 6탈삼진 1실점)에 이어 3경기 연속 호투다. 시범경기 세 차례 등판 13.2이닝 3실점 1승 평균자책점 1.98.
2007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백정현은 그동안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삼성 마운드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에서 잠재력을 드러내며 코칭스태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초 불펜진 왼손 계투자원으로 평가받았던 백정현은 시범경기에서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며 이제는 강력한 5선발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이 올해부터 선발투수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제이딘 마틴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최소 4~5월초에나 등판할 것으로 보여 공석이 된 선발진에 백정현이 유력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마틴이 돌아와도 롱릴리프 역할을 맡길 수 있다. 예년보다 전반적으로 마운드의 양과 질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에게 백정현의 부상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임창용은 셋업맨 또는 마무리 보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넥센 푸이그'로 불리는 강지광(24)은 올해 시범경기가 배출한 거포자원이다.
지난 2009년 2차 3라운드 20순위로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강지광은 입단 당시투수였지만 공익근무 해제 이후 타자로 전향했다. 지난해 퓨처스 리그(2군)에서 21경기에 나와 타율 0.231(65타수 15안타) 1홈런 9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강지광은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강지광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 0.294(34타수 10안타) 3홈런 5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차세대 거포자원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시범경기 활약에도 일찌감치 강지광을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해 눈길을 모았다. 이는 2군에서 좀 더 많은 경기를 뛰게 해 성장세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시즌 중에라도 강지광은 언제든 1군으로 다시 중용될 가능성이 높은 넥센의 비밀병기다.
올해 한국무대에 새롭게 선을 보이는 외국인 타자들도 하나둘씩 기량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시범경기에서 일약 깜짝 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단연 한화 펠릭스 피에(29)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다쳐 데뷔가 늦어진 피에는 실력이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 있었다. 지난 13일 NC와의 시범경기에서부터 대타로 첫 선을 보인 피에는 오래가지 않아 한화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많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타율 0.419 4홈런 8타점으로 호성적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308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리는 결정력이 빛난다. 지난 21일 두산전에서는 패배 직전 팀을 구해내는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한화는 피에의 홈런에 힘입어 4-4 무승부를 기록했다. 잠실구장을 찾은 한화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공격과 수비, 주루 능력을 두루 겸비한 피에는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꼽히는 제이 데이비스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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