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심판 오심? 홈 충돌 방지법 다시 고개 드나
홈에서의 과도한 충돌로 예기치 못한 부상 발생
메이저리그 규칙 적용한다면 김민성 세이프
프로야구가 심판의 오심으로 다시 한 번 어수선해지고 있다.
20일 한화와 넥센이 맞붙은 목동 구장에서는 주심을 보던 이영재 심판이 아쉬운 판정을 내렸다. 넥센은 1-0으로 앞서던 4회 무사 1,3루 상황에서 박헌도가 좌익수 쪽 플라이볼을 만들어냈다. 한화 좌익수 장운호는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송구했고, 3루 주자 김민성도 득점하기 위해 내달렸다.
3루수 송광민을 거쳐 포수 정범모에게 전달된 공은 김민성을 태그아웃 처리했다. 하지만 이영재 주심은 느닷없이 세이프를 선언했다.
곧바로 중계진의 리플레이 장면이 나왔다. 여러 각도에서 잡은 홈에서의 접전은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무엇보다 3루 주자 김민성은 정범모를 피해 도는 과정에서 홈플레이트를 아예 밟지도 못했다. 한화 선수들이 아웃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이영재 심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심과는 별개로 되짚어 봐야할 장면이 있다. 바로 김민성을 저지하기 위한 포수 정범모의 위치다. 정범모는 3루수로부터 공을 받기 전 홈플레이트 앞에서 주자 블로킹에 나섰다. 이 때 김민성의 선택지는 2개 밖에 없었다. 충돌 또는 피해가기였다. 후자를 선택한 김민성은 정범모를 피했고, 결국 홈을 밟지 못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점수를 내기 위해 주자들은 홈을 막고 있는 포수를 향해 공격적으로 몸을 날리기 일쑤다. 마스크와 프로텍터로 중무장한 포수를 향해 돌진하는 것은 정당한 플레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에 비해 선, 후배 관계가 끈끈하게 얽혀있어 가급적 홈 충돌을 자제하는 편이다.
물론 홈 충돌은 예기치 못한 큰 부상을 불러오곤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의 포수 버스터 포지의 중상이다. 당시 포지는 플로리다와의 경기서 홈으로 쇄도하던 스캇 커즌스와 부딪혀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양쪽 발목 인대까지 파열돼 그대로 시즌을 접었다. 한국프로야구도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최재훈이 LG 문선재와 부딪혀 어깨를 크게 다쳤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뤘고, 결국 지난해 ‘홈 충돌 방지법’이라는 해결방안을 내놓아 올 시즌부터 적용하고 있다.
먼저 주자는 포수나 홈플레이트를 커버하려는 수비수와 부딪히기 위해 주로를 벗어나면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하면 심판은 포수가 공을 놓쳤다 하더라도 아웃 선언을 할 수 있다. 또한 포수는 공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득점하려는 주자의 주로를 막아선 안 된다. 포수가 공을 받기 전에 주자를 막으면 심판은 세이프 판정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판정은 주심의 재량에 기반한다는 것이 골자다.
메이저리그의 규칙을 적용한다면 김민성은 세이프로 판정할 수 있다. 정범모가 공을 받기 전 홈플레이트를 막아 주자의 진로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영재 주심은 정범모가 항의하자 홈플레이트를 가리키며 자신의 판정이 옳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제는 ‘홈 충돌 방지법’이 아직 국내 리그에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메이저리그가 ‘홈 충돌 방지법’을 내놓았을 때 KBO도 도입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라 선후배 관계도 있고 해서 심하게 안 한다. 1년에 한두 개 나올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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