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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 과연 성공할까


입력 2014.05.30 09:26 수정 2014.06.03 09:32        민교동 객원기자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붐 속 '초미 관심'

단순 베끼기 넘어 한국화 여부가 최대 관건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과 일본 드라마 시장이 묘하게 얽히고설키고 있다.

분명 한발 더 앞서 나간 것은 일본이다. 일본 문화를 개방하기 전부터도 국내에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본 드라마와 영화, 제이팝 등을 즐겨 듣던 이들이 많았다. 일본 문화가 전면 개방되면서 이런 일본 연예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들은 더욱 많아졌다.

이런 분위기의 변화는 '겨울연가'라는 드라마 한 편으로 뒤바뀐다. 사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대박이 난 까닭은 복고였다. 일본 중장년 층 여성 시청자들이 젊은 시절 즐겨봤던 일본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의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에 열광한 것.

이미 2000년대 들어 일본 드라마는 보다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일본의 젊은 시청자들이 이런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었던 데 반해 일본의 중장년 층 시청자들은 과거의 드라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런 과거에 대한 향수를 '겨울연가'가 정확하게 건드리면서 대박을 일궈냈던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이 일본 드라마의 과거에 맞춰져 있었던 탓에, 다시 말해 일본만큼 발전하지 못한 한국 드라마의 현실이 이런 대박을 일궈낸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겨울연가' 이후 한국 드라마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드라마 외주 제작이 엄청난 수익을 남길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영화 시장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드라마 시장으로 흘러 들어왔으며 톱스타급 배우들 역시 영화에서 드라마로 주요 활동 영역을 변경했다.

'겨울연가'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 드라마는 한류의 막강한 원동력이 됐으며 드라마 OST를 통해 케이팝의 영향력을 서서히 확대하며 케이팝 한류의 전성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4년 현재 한국 드라마는 급성장기를 지나 정체기, 아니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나날이 몸집이 커져가고 있지만 엄청난 제작비가 투자된 블록버스터 드라마가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엄청난 한류 스타들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보다 새롭고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일본 드라마(일드)와 미국 드라마(미드)만 따라하려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드라마의 가장 큰 흐름 가운데 하나는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다. 새롭고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 등을 개발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 한국 드라마 업계가 일본 드라마의 그것을 한국 드라마로 옮겨 오기 위해 리메이크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특히 2013년 한 해 일드 리메이크는 한국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트렌드 가운데 하나였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KBS2TV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그리고 SBS ‘수상한 가정부’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인 노희경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대표적인 한류 스타인 조인성과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한 드라마로 같은 원작을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도 있을 만큼 유명 작품이다.

노희경 작가는 이를 현재 한국 시점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일드 본연의 독특한 설정과 인물 구도를 잘 살리면서도 한국 드라마로 완벽하게 변신시켰으며 한국 최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며 일본으로 수출할 만큼 빼어난 일드 리메이크 드라마로 완성됐다.

‘직장의 신’은 김혜수가 맡은 미스김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성공 요인이 됐다. 물론 이 역시 일드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캐릭터가 기반이 됐지만 김혜수라는 걸출한 여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원작을 뛰어 넘는 ‘미스김’을 완성해내며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반면 고현정과 최지우를 기용한 ‘여왕의 교실’과 ‘수상한 가정부’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 두 드라마 모두 ‘직장의 신’처럼 독특한 여주인공 캐릭터가 관건이었으며 고현정과 최지우 모두 이를 충분히 소화해냈다. 그렇지만 너무 ‘원작 따라하기’가 오히려 독이 되면서 국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정서적인 차이가 있다. 이를 감안해 정서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리메이크가 돼야 하는데 ‘여왕의 교실’과 ‘수상한 가정부’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너무 일본 정서가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 치아키 역할에 주원이 캐스팅이 됐다. 여주인공 역은 아직 미정이다. ⓒ 데일리안DB

한편 올해 한국 드라마 가운데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의 리메이크가 가장 눈길을 끈다. 두말 할 필요 없는 히트작이다. 일본에선 만화책으로 시작해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로 제작돼 모두 공전의 히트를 쳤다. 국내에서도 대박이 난 히트작이다.

마니아 층만 접한 일드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들과 달리 ‘노다메 칸타빌레’는 이미 상당수의 한국 시청자들이 원작인 일드와 영화를 접한 상태다. 이런 부분에선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비슷하다.

원작 일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직접 본 한국 시청자들이 많았던 데다 이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까지 있어 상당수의 한국 시청자들이 이미 원작을 접한 상황에서의 리메이크라는 것.

결국 그냥 원작 따라하기 수준의 리메이크가 될 경우 국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역시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서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완벽한 한국 드라마로 재탄생하면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노다네 칸타빌레’ 역시 캐릭터가 중요하다. 타이틀롤인 노다메는 물론이고 천재 지휘자인 치아키 역할도 중요하다. 만화적인 설정이 넘쳐나는 원작 일드에서 이들 두 캐릭터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원작 일드에선 일본에서 한창 잘 나가는 우에노 주리가 노다메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 우선 치아키 역할은 주원으로 캐스팅이 됐고 노다메 역할로는 심은경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근 심은경이 다른 작품을 선택하면서 다시 원점이 됐다.

우에노 주리의 경우 노다메 역할을 맡으며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만큼 사랑스런 캐릭터인 만큼 이 역할을 노리는 여배우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만큼 최상의 캐스팅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 제작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성공 비법은 이미 2013년의 경험을 통해 드러나 있다. 비슷한 사례인 ‘그 겨울, 바람이 분다’처럼 단순한 원작 따라하기를 넘어선 한국화에 성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것. 이는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뿐 아니라 이후 제작된 모든 일드 리메이크 드라마에게 주어진 공통 과제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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