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축구 ‘근자감 후폭풍’ 그들만 몰랐던 현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6.16 14:35  수정 2014.06.16 14:44

경기 전 일본언론 “승리 확률 90%” 미리 축제분위기

대역전에 언론·팬 모두 절망 “16강 불가능” 자포자기

일본 언론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자신감은 결국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만을 남겼다. (MBC 방송 캡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재앙으로 이어져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일본이 승리를 예감했던 코트디부아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당하자 언론과 팬들은 절망에 휩싸였다. 당초 일본의 한 일간지는 “일본이 코트디부아르를 꺾을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일본축구는 ‘아프리카 타잔’ 디디에 드록바 1명에게 완전히 농락 당했다.

SBS 배성재 캐스터 표현처럼 드록바는 일본전에서 ‘프로야구 외야수’처럼 행동했다. 모든 공중 볼을 편안하게 캐치했다. 일본 수비진 요시다 마야, 모리시게 마사토, 우치다 아쓰토 누구도 드록바와의 공중볼 다툼에서 졌다. 급기야 나가토모 유토는 ‘고목나무 매미’처럼 드록바 품에 안겼다. 드록바는 그런 나가토모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드록바의 바위 같은 피지컬을 경험한 일본 축구계는 “피지컬을 강화하지 않으면 일본 축구의 미래는 없다” “‘극동의 유럽’ 한국 축구라도 배우자” “당장 한국과 정기 평가전을 추진하자”고 자조 섞인 반성의 목소리를 토해낸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그 순간이 지나가면 쉽게 잊힌다. 오히려 아시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탈아시아 일본, 월드컵 우승도 가능하다”고 부르짖는다. 어쩌면 코트디부아르전은 예고된 참패다.

당초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사무라이 전사들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에 오른 한국에 자극받은 일본은 역대 월드컵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부르짖어왔다. 그러나 현실은 자국 축구팬들에게 쓰린 상처만 안겨줬을 뿐이다.

무엇보다 혹독한 반성 뒤에 실천이 없어 문제다. 자신감과 자만은 다르며, 반성과 자조도 다르다. 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산케이스포츠’는 지난 15일 “(코트디부아르전 역전패로) 일본의 16강 진출이 불가능해졌다”고 절규했다.

이 같은 태도도 근거 없는 자신감 못지않게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은 아직 2경기 남아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 함께) 32개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축구는 이변이 가능한 스포츠다. 지금은 용기를 잃은 혼다 케이스케와 가가와 신지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야 맞다. 가가와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갑자기 리오넬 메시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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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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