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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인천AG '절반의 성공' 위해 소통하라


입력 2014.09.29 09:26 수정 2014.09.29 14:07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대회 운영 면에서 조직위 미숙함 이전보다 급증

지금이라도 지적 겸허히 받아들이고 귀 기울여야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서운한 말이지만 지금으로선 조직위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현재까지 대회의 양상은 당초 전망과 비교할 때 ‘대동소이’한 수준이라 할 수 있고, 대회와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보면 이전 대회들에 비해 편파 판정이나 오심 논란은 현저히 줄었다.

정작 문제는 전체적인 대회의 기획과 운영, 그리고 관리 면에서의 대회 조직위원회의 미숙함을 질타하는 이슈들은 이전 대회들에 비해 훨씬 늘었다는 점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일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의 혹평세례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대략적으로 정리해도 굵직굵직한 논란거리들이 수두룩하다.

개막식만 하더라도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성화 점화자가 조직위 직원의 실수로 미리 공개된 부분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개최도시인 인천시와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할 수 있었던 개막식은 고작 한류 연예인들의 특별쇼처럼 연출돼 논란이 일었다.

개막식 이후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사상 최악의 개막식’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개막식 연출을 담당한 임권택 감독과 장진 감독 각자의 예술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

개막식을 이처럼 화려하게(?) 마쳤으므로 조직위는 개막식을 둘러싼 논란이 하나의 액땜이 될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불행히도 헛된 기대였다는 점을 확인하기까지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각종 문제들로 조직위는 몸살을 앓았다.

식중독균 검출 도시락 파문, 자원봉사자들의 전문성 부족 논란, 저조한 입장권 판매, 대회 운영예산 부족에 따른 각종 선수 지원 부실 논란, 경기 기록 관리 부실, 전문통역자봉사자들의 대거 이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연일 터져 나왔다.

이 지경에 이르면서 조직위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해 언론으로부터 ‘동네 운동회 수준’이라는 모욕적인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고, 이 같은 비판을 입에 올린 기자와 고성을 주고받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문제들 가운데는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본에 해당하는 문제들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한마디로 ‘소통의 부재’가 현재의 난맥상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안게임 주최국인 한국 국민들이 어떤 모습의 아시안게임을 보기를 원하는 지, 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한민국의 인천을 찾은 수많은 외국 손님들이 기대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 같은 거대한 규모의 행사를 치르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여러 개인 또는 단체들이 대회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좀 더 면밀하게 살피고 대비했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인천문학경기장을 개보수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하고, 다른 경기장들도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당초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였다면, 인천시와 조직위는 충분한 국비 지원 속에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할 수 있었다.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대회운영 예산 가운데 대부분을 인천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했고, 그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약 2조원을 경기장을 짓는데 쏟아 부은 결과 조직위는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만족스러운 음식과 시설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식 개막하기 전인 지난 14일 열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축구예선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문학경기장을 찾았을 때,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002 한일월드컵을 치렀던 경기장이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기자회견실 시설 때문이다. 조직위에서 마련한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상당수 기자들이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 양팀 감독들의 코멘트를 들어야 했고, 방송 카메라들은 협소한 공간과 어두침침한 조명 때문에 제대로 된 화면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후에도 조직위는 믹스트존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언론이 경기를 막 마치고 나온 선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버렸다, 이는 국제적인 기준이나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 주최자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문제에 대처하는 조직위의 자세도 제대로 된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문제에 대해 언론이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자 조직위가 자원봉사자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언론플레이를 펼친 것은 번지수가 한참 틀린 대처였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현재 인천아시안게임의 운영상 난맥상에 대해 “예산부족을 탓하지만 전적으로 준비부족, 개념부족”이라며 “유독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국제행사가 운영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들의 눈으로 판단하고 그들의 잣대로 실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소통의 부족이고 부재라는 말이다.

오는 30일 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에서는 조직위가 국내외 언론을 위해 마련한 조촐한 맥주파티가 예정되어 있다. 조직위는 이 자리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그동안 형성해온 다소 긴장된 관계를 해소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동안 언론에 하고 싶었던 서운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조직위가 취해야 할 태도는 말을 하기 보다는 듣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라고 말하는 조직위 관계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 말로 들어야 할 때다. 그럼에도 계속 여전히 소통에 둔감한 모습을 보인다면 남은 기간 동안 지금까지 들었던 것보다 더 많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일주일이면 45억 아시아인의 축제가 4년 후를 기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대회운영과 관련, 조직위가 끝까지 죽을 쑤란 법은 없다. 지금까지 나온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기간 문제점 보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서운한 말이지만 지금으로선 조직위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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