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부산 KT 전창진 감독(51)은 최근 스트레스성 과로로 입원했고, 이광종(50)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황현주 전 현대건설 여자 배구단 감독이 심장마비로 급사,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멀리 살펴봐도 야구의 고 김동엽(전 해태), 고 김명성(전 롯데)감독 등은 지도자 생활에서의 누적된 스트레스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운명까지 달리한 비극적인 경우다. 해외에서도 지난해 4월 티토 빌라노바 바르셀로나 감독이 암투병 끝에 44세의 젊은 나이로 타계했다.
감독은 흔히 선망의 직업으로 꼽힌다. 프로팀 감독은 종목별로 적으면 6개에서 많아 봐야 14~15개 팀 정도다. 대표팀 감독은 연령대별로 오직 1명밖에 없다. 그만큼 선택받은 자들만이 감독이라는 명함을 가질 수 있다는 자부심은 또 다른 특권이라 할 수 있다.
권한만큼 책임도 막중한 게 곧 감독의 숙명이다. 감독 자리에 오른 지도자들이라면 십중팔구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해보기 전엔 이렇게 힘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선수시절 수많은 승부를 체험한 스타 출신들도 막상 지도자가 되면 선수 시절과는 또 다른 중압감과 고민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관리해야 하는 부분은 단순히 전술이나 상대팀 분석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능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때로는 미디어와 팬들을 상대하고, 주변으로부터 외풍에서 선수단을 보호하는 정치적인 역할도 고려해야한다.
최근 들어 SNS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팬들의 여론이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다보니 감독이 감당해야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욱 커졌다. 경기는 선수가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감독의 몫으로 되돌아온다.
매 경기, 매 순간이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감독들은 항상 극도의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한다. 스트레스, 고혈압, 위궤양, 불면증, 탈모, 디스크 등은 감독들에겐 일상적인 직업병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식사도 거르거나, 외출도 삼가고 방에 틀어박히는 상황도 다반사다.
더 큰 문제는 감독들이 선수와는 달리 제대로 몸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프로 감독들 지인들은 "지도자들은 여간해서는 아프다는 티도 함부로 내지 못한다. 지켜보는 선수들과 주변의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KT 전창진 감독이나 이광종 올림픽 감독, 고 황현주 감독 등은 모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은 지도자들이다. 한창 활약할 나이의 지도자들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감독들의 고충을 되돌아볼 때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