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인수전 대기업 불참 이유…오너간 '상도의' 때문?

박영국 기자

입력 2015.02.28 09:00  수정 2015.02.27 20:22

대기업 불참으로 과열경쟁 완화

박삼구 회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제2 격납고 전경. ⓒ아시아나항공

신세계가 27일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를 철회하며 금호산업 인수전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신세계의 이탈로 LOI 제출 기업 중 대기업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남은 곳은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자베즈파트너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펀드(IBK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 4곳과 지역기반의 중견 건설업체인 호반건설 뿐이다.

향후 본입찰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함께 등장할 여지가 있지만, 만일 예비입찰에서 일제히 발을 빼게 된 공통된 배경이 존재한다면 본입찰에서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 가문간 일종의 ‘상도의'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이 쌓아온 인맥이 상당하고, 그 영향으로 주요 대기업들 간 ‘금호는 건드리지 말자’는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것.

재계 한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이 금호산업을 가져갈 경우 위기에 몰린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빼앗겠다는 의미밖에 안된다”며 “재계에서 다른 쪽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상도의가 있는데,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그런 측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FI 기업 운영 의지·능력 평가서 불리…호반건설은 실패해도 남는 장사

신세계의 인수의향 철회로 대기업 인수참여가 전혀 없게 된 것은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그리고 금호그룹 경영권 탈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는 분위기다.

남은 응찰자 중 4곳의 FI들은 전략적 투자자(SI)와 손잡지 않을 경우 입찰에서 불리하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인수금액을 우선 고려하되 인수의향자가 기업을 제대로 운영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평가 요소로 고려하기로 했다.

따라서 단기 차익이 목적인 FI들은 회사를 인수해 발전시킬 의사와 능력이 있는 SI에 비해 불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

재계에서 박 회장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추정이 사실이라면 FI들은 전략적 투자자와 손잡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인 호반건설 역시 금호산업 지분 인수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확보보다는 기존 보유지분의 가치 확대와 자사 브랜드 인지도 개선 등의 효과를 노린 것인 만큼 무리한 금액을 적어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호반건설은 현재 금호산업 지분을 4.95%(170만주) 보유하고 있다. 한때 6.16%(204만8000주)까지 보유했었으나, 지난달 34만여주를 처분하면서 시세차익만 40억원을 남겼다.

이번 금호산업 지분 인수전 참여를 통해 경쟁 분위기가 달아오를 경우 주가는 더 뛰어오를 수 있고, 호반건설로서는 인수에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남는 장사'가 된다.

또한 이미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를 계기로 유명세를 타며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는 효과도 얻었다.

결국 대기업들이 빠지면서 경쟁 과열양상은 덜해졌고, 최고가 낙찰자만큼의 금액을 확보해야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는 박 회장으로서는 자금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미 27일 신세계가 LOI 접수를 취소하면서 금호산업 주가는 13% 이상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 보유 주식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 이날 LOI를 제출한 기업들 중 최고가액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더라도 박 회장이 1원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주식의 절반 이상은 박 회장의 소유가 되며, 금호산업과 금호아시아나 경영권도 박 회장 차지가 된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 동원능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박 회장 본인은 금호산업 지분 인수를 통한 그룹 경영 정상화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세계의 금호산업 LOI철회 이유는 롯데의 불참때문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경쟁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철회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향후 본입찰 등 금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애초 신세계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은 롯데를 겨냥한 방어차원이었다. 경쟁사인 롯데가 금호산업을 통해 금호터미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 광주신세계가 금호터미널에서 쫓겨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가 입찰에 불참함으로써 방어의 필요성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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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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