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은 28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전에서 10-2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날 투구로 현재 권혁의 소화 이닝수는 54경기 81.2이닝이 됐다. 종전 권혁의 최다이닝 기록은 무려 11년 전 삼성 시절이었던 2004년의 81이닝이다. 당시 권혁은 선발로도 종종 등판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권혁이 이제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긴 베테랑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권혁은 지금도 벌써 한화 팀 내를 넘어 리그 불펜투수들 중 최다이닝을 기록 중이다.
권혁은 올 시즌 삼성을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에서의 말년에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 느낌을 줬던 권혁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후 자신의 바람처럼 그야말로 원 없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권혁의 잦은 등판은 뜨거운 감자다. 한마디로 너무 자주 투입되고 무리한 등판이 많다는 점에서 혹사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성근 감독 특유의 벌떼야구와도 무관치 않다.
28일 두산전처럼 8점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권혁을 투입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기 충분했다. 안정적인 점수차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지만 적어도 8점차에 마지막 이닝이면 사실상 기운 상황이고 이럴 때 경험이 부족한 다른 투수들에게 기회를 줘도 충분한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다시 권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권혁은 7월 들어 평균자책점이 7.31까지 치솟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이미 25-26일 삼성전에서 연투를 펼쳤기에 좀 더 휴식을 줘도 되는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권혁에 대한 집착은 이번만이 아니다. 권혁은 4~5점차 이상 크게 앞서고 있을 때는 물론 심지어 3점차 이상 뒤지고 있을 때도 투입된 경우가 종종 있다. 한번 등판할 때 2이닝 이상 투구는 물론 2-3일 연투도 다반사다. 박정진, 윤규진 등 다른 필승조도 잦은 등판은 마찬가지지만 유독 권혁의 경우 이런 식의 무차별 등판이 빈번하다.
김성근 감독은 권혁의 등판이 논란이 될 때마다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나 "팀 내부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들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성근 감독이나 그의 야구를 옹호하는 이들의 입장은 한결같다.
"어쨌든 경기에 이기지 않느냐"는 논리다. 실제로 만년 꼴찌를 다투던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 중위권으로 올라서며 기적 같은 반전을 일궈냈다. 다른 팀과 비슷한 방식으로 야구를 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현재까지의 결과다.
하지만 성적은 성적이고 혹사는 혹사다. 전임 김응용 감독도 혹사 논란을 초래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김성근 감독과의 차이는 단지 더 많이 이겼느나 졌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당장이야 성적이 나와서 환호할지 몰라도, 권혁이나 다른 한화 필승조 투수들은 김성근 감독이 떠난 뒤 혹은 1-2년 뒤에도 혹사의 후유증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투수의 어깨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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