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심야'...두산, 면세점 사업계획 '급조' 논란
올 상반기 동대문 면세점 계획 밝힌 기업들과 매우 유사...5년간 영업이익 목표치도 현실성 떨어져
동대문을 후보지로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밝힌 두산이 면세점 비전이나 사업계획을 급조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때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 등 대기업을 비롯해 10여개의 중소·중견기업들이 동대문을 후보지로 특허 신청을 한 바 있다. 두산이 사업계획을 짜면서 이들 기업들의 사업계획을 참고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달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지역 상생형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하며 'K-Style' 타운을 조성하는 '인근 쇼핑몰과의 상생'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및 전통시장과 연계한 야시장 프로그램 등을 통한 '소상공인과의 상생' △지역 내 역사탐방, 먹거리탐방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한 '골목상권과의 상생'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대문 상권의 특징인 심야 쇼핑에 외국인 관광객 집객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심야 면세점'운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올 상반기에 동대문을 후보지로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을 낸 기업들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SK네트웍스는 올 상반기에 '동대문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지역 소상공인 및 전통 재래시장 상생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동대문 패션타운 및 디자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와 서울디자인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심지어 SK네트웍스가 밝힌 동대문 지역 신진 디자이너 발굴 및 육성 계획도 두산이 밝힌 계획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SK네트웍스가 상반기 차세대 면세점 3.0모델을 발표하며 밝힌 '2020년까지 관광객 1300만명'이라는 수치도 두산이 그대로 사용했다.
두산이 밝힌 '심야 면세점' 역시 상반기 다른 면세점 진출 사업자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이다.
SK네트웍스는 '올빼미면세점'을 제시한 바 있으며 그랜드관광호텔도 동대문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진출을 밝히며 심야면세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두산 관계자는 "관광객 수치는 내부적으로 컨설팅을 받은 것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며 동대문 상권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타 면세점과 유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두산이 밝힌 매출이나 영업이익 예상치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2년 뒤 매출 1조원 이상 5년 동안 5000억원 영업이익 달성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중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전부이다. 영업이익 역시 연 1000억원 이상 기록하고 있는 면세점도 극히 드물다.
다수의 명품브랜드들이 입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연 5000억원 매출로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동화면세점도 지난해 2900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뿐이다.
두산이 샤넬, 루이비통 등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점의향서(LOI)에 대해서도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은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 관광객들이 많아 면세점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으며 동대문에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만 소비 여력은 크지 않다"며 "그런데 두산이 처음 면세사업을 시작하면서 동대문에서 5년 동안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세운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은 명품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상생을 내세우는 곳에서 그런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또 두산은 샤넬과 루이비통으로부터 LOI를 받았다고 하지만 용산과 여의도에 오픈할 면세점에도 이들 브랜드들 입점은 미정인 상황에서 동대문에 입점하기로 했다는 것은 의아하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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