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 최민식 있기에 '호랑이 CG' 걱정 없다
대호와 닮은 포수 천만덕..대체불가 카리스마 기대
"강력한 휴먼드라마로 CG 부담 끌어안을 것"
"관객들의 관심이 컴퓨터 그래픽(CG)에만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선, 영화를 지배하는 강력한 휴먼 드라마가 필요하다."
영화 '대호'에서 조선의 명포수 천만덕 역을 연기하는 최민식이 작품의 성공 열쇠로 '강력한 드라마'를 꼽았다. 최민식은 10일 CGV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CG가 조금 모자라더라도 그걸 상쇄할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면, 기술적 결함은 끌어안고 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같은 생각은 그의 연기에 대한 태도로 이어졌다. 최민식은 "천만덕의 가치관, 생을 사는 태도 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당연히 호랑이는 CG로 처리할 수밖에 없기에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박훈정 감독조차 이 작품이 영화하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만큼, 작품 자체가 큰 모험이었다. 그는 '부당거래', '신세계' 이전에 이미 '대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이 작품이 스크린으로 옮겨지기까지는 무려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박훈정 감독은 "촬영을 할 때는 호랑이가 눈에 보이지 않은 상태고, CG가 어느 정도로 구현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만약의 상태에 대비해 대안 촬영까지 해야 했다"면서 "영화에서 CG는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작품보다 드라마 구현에 공을 들였다"고 최민식의 생각에 동의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최민식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메시지에 매료됐기 때문.
최민식은 "사냥꾼은 산 생명을 죽여야만 목숨을 부지하는 직업이다. 그걸 어떻게 정리하는지, 평생을 목숨을 끊고 살아온 사람의 결말이 어떨지 매우 궁금했다"며 "언어의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행위에 따른 업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최민식은 "천만덕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일제의 착취와 억압은 물론,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철학적인 가치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정만식이 포수 구경, 김상호가 포수 칠구 역으로 함께 한다.
정만식은 작품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캐스팅이 된 시발점은 최민식 선배였다"면서 "(최민식이) '만식이 어떻냐'라는 이야기를 처음 꺼내주셨다. 저는 기다리고 있다가 캐스팅하기로 결정하면 무조건 하겠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도 안 읽었다"고 말했다.
정만식은 "불러 주면 무조건 충성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캐스팅 된 후에야 시나리오를 읽었다"며 "업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더라. 나는 업에 반대되는, 잡아야 살고 가죽을 벗겨야 사는 사람이다"고 자신이 연기한 구경 역을 설명했다.
김상호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정말 가슴이 떨렸다. (호랑이 이야기를) 이렇게 할 수가 있구나 싶었다"며 "항상 궁금했던 시기가 일제강점기 때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절을 견디며 살았을까, 어떻게 생활했을까가 궁금했다. 시나리오에 그런 점이 잘 나타나 있어 도전해보고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정석원이 일본군 장교 류, 일본 배우 오스기 렌이 일본 고관 마에조노를 각각 맡았다. 성유빈, 라미란, 김홍파 등도 힘을 실었다. 올 겨울 스크린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지배할 '대호'는 내달 1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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