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의 그늘이 짙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베니테스 감독은 아직까지 성적과 선수단 장악력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바르셀로나와의 올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한 레알 마드리드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 됐다.
베니테스 감독이 이끈 레알 마드리드는 22일(한국시각)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의 ‘2015-16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에서 0-4로 크게 졌다.
레알은 이날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부상 후유증으로 이날 선발이 아닌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과 달리 레알은 호날두를 비롯한 주력 선수들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레알은 이날 패배로 바르셀로나와의 승점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이날 패배는 베니테스 감독에게도 큰 타격이다. 베니테스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곤경에 처해있었다.
선두 바르셀로나와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데다 수비에 치우친 전술로 선수들과 팬들에게 모두 불만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엘 클라시코 결과가 베니테스 감독 거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어왔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엘 클라시코 자체의 경기력만 놓고 봐도 베니테스 감독의 경기운영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오히려 수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 경기와 달리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한 선수 구성은 공격적인 정면 대결에 가까웠다.
하지만 베니테스 감독의 전술은 정작 달라진 것이 없었다. 최근 수비형 미드필더로 안정감을 보여준 카세미루를 빼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루카 모드리치-토니 크로스를 선발로 내세운 중원은 바르셀로나 폭풍 공세 앞에 무기력했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수비지원과 압박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다보니 공격도 수비도 아무 것도 안 되는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고군분투하던 로드리게스와 마르셀루를 빼고 이스코와 다니엘 카르바할을 투입한 후반 교체로 오히려 경기 흐름에 더 큰 악영향만 미쳤다. 이스코는 후반 39분 비신사적인 반칙으로 퇴장 당하면서 가뜩이나 울고 싶은 베니테스 감독과 레알 팬들의 뺨을 시원하게 때렸다.
베니테스 감독은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후임으로 레알의 지휘봉을 잡았다.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에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선물했고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았다는 것을 떠올리면 아쉬운 결정이다.
전임자의 그늘이 짙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베니테스 감독은 아직까지 성적과 선수단 장악력 등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숱하게 감독을 갈아치운 레알의 전례를 감안할 때 아직 첫 시즌의 1/3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이지만 베니테스 감독의 자리가 안전해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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