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권 뒤에 가려진 '젠트리피케이션'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심화…지역 내 고유 문화 및 정체성 사라져
"지자체 노력만으론 부족, 이해관계자들의 의식 변화 필요"
서울 신사, 홍대 등의 대표 상권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어떤 지역의 땅값과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원주민이 더 저렴한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막기 위해 조례제정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무엇보다 지역 내 문화 조성과 가치 창출을 고려하는 상생 의식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부동산 114자료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서울 상권 평균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7.15% 상승한 3.3㎡당 9만6690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 마포구 ‘홍대’ 주변 상권의 임대료 상승이 두드러졌다.
연남동 상권의 임대료는 전분기 대비 12.6% 상승했고, 상수동이나 합정동 임대료도 각각 9.3%, 6.2%씩 올랐다. 반면 중심 상권이었던 홍대 임대료는 오히려 전분기 대비 -2.0% 가량 하락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홍대 상권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주변지역으로 수요가 확산된 영향”이라면서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연트럴파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연남동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상수동 등을 찾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명소로 이름나면 예외 없이 임대료가 폭등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고 그 자리에 곧장 대형 프랜차이즈 등이 점령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종전 상권이 개성을 잃는 것은 물론 상권 자체가 죽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른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또다시 상인들이 떠나면서 지역 고유 특색 및 정체성이 사라지고 공실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자체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업종제한 등을 담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놓았고, 그에 앞서 성동구는 애초부터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마련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성동구에 지속가능 발전구역을 지정해 지역상권이 중대한 해를 입히거나 입힐 우려가 인정되는 업소는 사업을 시작할 때 주민협의체의 동의를 받게 했다. 성동구는 동의를 얻지 못한 업체에 입점 지역과 시기, 규모 등의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 부산 등 지방 상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당 상권 내에서 일어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싸움과 밀접하기에 지자체의 노력이나 대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적, 사회적 제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면서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역의 문화 조성과 가치 창출도 고려하는 시민적 의식 변화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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