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는 예뻤다, 딱 거기까지…'해어화'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4.09 07:24  수정 2016.04.09 07:32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출연…박흥식 감독 연출

두 여배우 한복 패션 돋보여…약한 여운 약점

배우 한효주가 영화 '해어화'에서 소율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 대중가요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태동했다. 1920년대 이후 음반 보급이 대중화됐고 1926년 발매된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 윤심덕의 노래 '사의 찬미'는 최초의 대중가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가요의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판소리와 잡가 등 전통음악들을 제치고 재즈와 만요(漫謠), 신민요, 유행가(트로트)와 같은 새로운 장르들이 인기를 얻어 1936년을 전후로 한국 대중가요는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 대중가요는 민족의 애환을 담아 고통받는 민중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즐거움을 안겨 줬다.

이때 권번 기생들이 가요를 부르며 대중가요계에 활력을 더했다. 권번은 예인을 양성하는 기생학교로 지금의 연예기획사다.

권번에 소속된 기생은 예의범절, 서화, 기조, 창, 가야금, 유행가, 일본 노래 등 가무와 풍류는 물론이고 예능과 교양을 겸비한 교양인으로 대우받았다. 권번의 기생이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수업 과정을 거쳐 시험에 통과해야 했는데 실력에 따라 일패(一牌)와 이패(二牌), 삼패(三牌) 기생으로 나뉘었다.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최고의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해어화'란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 말이다.

소율(한효주)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의 최고 예인이다.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우리나라의 전통 가곡인 정가(正歌)의 명인이다.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이 출연한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최고의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연희(천우희)는 어린 시절 대성권번에 팔려온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타고난 목소리를 가졌다. 소율과 연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권번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우정을 쌓는다.

소율과 달리 정가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연희는 인기 가수 이난영의 노래를 듣고 대중가요의 매력에 눈을 뜬다. 그러던 중 소율은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사랑하는 남자 윤우(유연석)와 재회한다.

당대 최고 작곡가인 윤우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을 작곡하려고 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윤우는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목소리에 빠져들고, 소율과 연희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윤우의 마음마저 연희에게 쏠린 걸 안 소율이 질투에 휩싸이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해어화'는 눈과 귀가 즐거운 작품이다. 1940년대 불후의 명곡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MBC '일밤-복면가왕'에 나온 차지연이 이난영 역을 맡아 '목포의 눈물' 등 대표곡들을 소화했고, 한효주와 천우희는 이난영의 대표곡 중 하나인 '봄아가씨'를 함께 불렀다.

배우들의 노력에는 박수를 칠 만하다. 한효주는 촬영 3개월 전부터 주 5일 정가, 가요, 한국무용, 일본어를 익혔다. 정가를 부를 때는 한효주의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사의 찬미'와 '조선의 마음'을 열창한 천우희는 맑은 목소리를 뽐낸다. 그는 '조선의 마음' 1절 가사를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사의 찬미'와 '아리랑'을 유려한 솜씨로 연주한 유연석은 전자 피아노를 갖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연습했다.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등이 출연한 '해어화'는 1940년대 한국의 대중가요를 다뤘다.ⓒ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 관객들이라면 한복 패션을 눈여겨 볼듯하다. 한효주와 천우희가 입고 나온 한복을 보노라면 '곱다',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틀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디자인의 한복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충무로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한효주, 천우희 두 여배우가 중심인 영화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효주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극을 이끌고, 천우희 역시 '청룡의 여왕' 답게 극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두 여배우의 사랑을 듬뿍 받은 유연석 역시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주축을 이루는 삼각관계다. 세 사람이 삼각 관계로 변한 설명이 부족해 이야기가 헐겁게 빠진다. 소율에게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했던 윤우의 변심, 둘도 없는 동무의 남자를 뺏은 연희의 순진무구한 얼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후반부 한효주의 노인 분장이 꼭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다소 생뚱맞아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야기 호흡이 느린 편이고 상영시간도 길어 지루하게 느끼는 관객도 있겠다. 특히 빠른 전개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이라면 별다른 재미를 찾기 힘들 듯하다.

무난하게 흘러가는 전개와 이야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여운이 없는 것도 한계다. 관객들을 휘어잡을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 한효주와 한복은 정말 예뻤다는 인상만 남는 건 왜일까.

'협녀, 칼의 기억', '사랑해 말순씨', '인어공주'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박 감독은 "사람의 욕망 중에 질투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했다"며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극적인 욕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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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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