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해외로 판로 확대...독자 기술력 바탕 위·변조 방지 보안기술도 적용
'현금 없는 사회' 조폐공사, '금융공기업' 아닌 21세기 '보안기업'으로 새 길 찾나
바야흐로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지급수단 이용행태에 따르면, 현금 이용비중은 2014년 38.9%에서 2015년 36%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동안 조폐공사가 맡아왔던 화폐 제조기술의 역할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국내 화폐 복제 방지기술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현금 없는 사회’에 대비해 지금껏 쌓아왔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영업과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여권 등 위·변조 불가 보안용지 제작...수출활로 찾아
국내 은행권과 보안용지 제조기술의 집약처라 할 수 있는 충남 부여 제지본부의 경우 내부 공정이 24시간 2교대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한 때 500여 명을 넘어서며 호황기를 누렸던 이곳의 현 직원 수는 이제 당시의 절반 수준인 24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1983년 7만5000평 부지에 들어선 이후 30여 년 간 누구나 한번쯤 만져봤을 지폐는 모두 이곳을 거쳐갔다.
과거 종이로 발급됐던 시절의 주민등록증도 이곳에서 생산됐고, 현재 여권용지 역시 이 제지본부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곳의 주업무이자 핵심업무는 바로 은행권을 포함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보안용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솜 재질의 면 펄프를 총 20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쳐 보안용지로 제작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내수는 줄고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조폐공사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해외이다. 은행권용지는 올해에만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 수출됐고, 남미 페루에는 현지 지폐 완제품을 통해, 파푸아뉴기니에는 위·변조방지기술을 적용한 보안용지가 수출된다. 또 우리가 수출한 면펄프, 잉크 안료와 공사 측이 자체 개발한 선거용 전자투표카드가 각각 스위스, 키르기스스탄 현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 화폐 보안기술이 해외 조폐선진국들의 큰 벽을 넘어 세계 각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위변조 연구 나서 29억 수주...'보안기업' 가능성 보여
이밖에도 조폐공사 측은 지난 2014년 첫 설명회를 시작으로 문서나 시중 제품에 대한 위변조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에 나섰다. 그 결과 29억원 상당의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장소에 관계없이 위변조 여부를 즉석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을 이용한 연구(히든QR, 스마트씨 등)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조폐공사 김화동 사장은 “그동안 축적해온 우수한 디지털보안기술을 활요해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공공분야의 정보보호와 보안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신뢰사회를 실현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폐공사 측은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제3회 위·변조 신기술설명회를 열고 위변조와 관련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금없는 사회’에 접어들면서 변화에 떠밀린 조폐공사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21세기 신개념 보안기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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