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영' 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김영진 기자

입력 2016.04.17 16:56  수정 2016.10.09 08:09

[김영진의 라이프랩]오너와 연예인 마케팅으로 이룬 거품 논란...특별한 메뉴와 인테리어 찾기 힘들어

노희영 YG푸즈 대표. ⓒYG푸즈
몇 년 전 서울 남산 표갤러리에 배우 하정우가 그림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찾은 적이 있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검은색 벤츠 차량이 갤러리 앞에 서더니 하정우를 비롯해 여러 명의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바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찾은 것이다. 이 부회장을 처음 본 느낌도 강렬했지만, 그의 뒤에서 조용히 가방을 들고 따라다니는 사람도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비서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노희영 현 YG푸즈 대표(전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였던 것이다.

노 대표에 대한 외식업계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외식업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극찬에서부터 그가 가는 곳 어디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트러블메이커'라는 악평도 있다.

개인적으로 노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거나 기사를 쓴 적은 없다. 간접적으로 주변의 말과 그가 쓴 책을 보고, 그의 인스타그램을 기웃거리고 그가 운영한 레스토랑 등을 찾아가 봤다.

나 역시 외식에 관심이 많아 주변에서 '남자 노희영'이라는 말도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부러운 직업을 가진 사람임은 분명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민한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숙박했던 호텔의 키를 모으고 한 호텔에 이틀을 머물지 않을 정도의 호기심과 완벽주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지만 노 대표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 피해를 봤다는 사람,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왜 한 사람으로 인해 이런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하나 씁쓸했다. 그동안 그에 대한 글을 쓰지 않은 이유도 여전히 외식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거품은 없는지,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최대한 제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CJ그룹을 나온 이후 노 대표는 얼마 간의 침체기를 지나 지난해 YG푸즈 대표를 맡으면서 각종 언론에 인터뷰도 하고 칼럼도 쓰고 홍보대행사까지 활용하면서 열심히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 YG푸즈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대체적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노 대표의 이같은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거품 논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노 대표는 과거 '마켓오'를 비롯해 '비비고', '계절밥상' 등의 브랜드를 '내가 만든 브랜드'라고 외부에 알리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오리온과 CJ푸드빌 등 대기업이 만든 것이다. 절대 한 사람의 노력으로 나올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만든 브랜드'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이를 접하는, 이 작업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그는 심지어 대량 생산되고 있는 "'비비고 왕교자'만두도 내가 CJ제일제당 부사장일 때 만든 제품"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대기업의 제품 개발 단계는 절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만 나올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나오게 된다. 아마 이런 발언과 마인드가 여러 사람들로부터 노 대표에 대한 반감을 사는 게 아닐까.

또 노 대표의 성공 중심에는 음식의 질과 맛보다 '재벌과 연예인'이라는 코드가 있다. 그와 과거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는 "노 대표만큼 돈 냄새를 잘 맡고 재벌에 충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만큼 노 대표는 오너나 재벌에게 만큼 충성을 다한다. 그 역시 "다른 임원들도 모두 나처럼 오너에 충성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 내 패착"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오너들은 임원이나 직원들이 왜 노 대표를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노 대표는 연예인 관리에도 철저하다는 평이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연예인이 필수라는 걸 잘 간파한 것이다. 최근 서울 명동에 오픈한 'YG리퍼블리크'에도 이정재, 유해진, 빅뱅의 탑 등 스타급 연예인들이 다수 방문했다.

그는 연예인들의 콘서트와 영화시사회 등을 직접 방문하는 열정도 보인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어떤 영화인지 꼼꼼히 스토리를 파악하고 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완벽주의 탓도 있지만 연예인 관리의 일환인 셈이다.

과거 그가 운영했다는 '느리게 걷기' 역시 음식의 맛보다 거기에 유명 연예인들이 온다는 소문과 모델라인의 모델들이 서비스를 한다는 소식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결국 노 대표의 성공 이면에는 음식의 맛과 질 만큼이나 '연예인 마케팅'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거기다 노 대표가 과거, 또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들을 보면 '특별한 메뉴'로 이름을 알린 곳은 많지 않다. 홍대에 오픈한 '삼거리푸줏간'도 삼겹살집이며, 명동에 오픈한 'YG리퍼블리크'도 수제맥주와 커피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비비고' 역시 비빔밥 집이며 '마켓오'도 기존 과자에 오가닉 개념을 더한 것이다. '느리게 걷기'도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의외로 '떡볶이'였다.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가 해도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메뉴들이다. 노 대표는 거기에 화려한 인테리어와 프리미엄과 오가닉 등 퓨전을 더하는 식이다. 셀럽과 연예인은 필수다. 인테리어도 노 대표의 시그니처가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던 노 대표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미국이나 해외여행 등을 다니면서 영감을 얻는다.

따라서 CJ 외식 브랜드들의 인테리어는 미국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과 컨셉이 많다.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노 대표만의 특별함이나 시그니처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의 학력에 대한 의문도 크다. 노 대표의 과거 인터뷰나 글들을 보면 노 대표는 미국에 있을 때 미국 남가주대학(USC) 의예과를 졸업한 뒤 인턴 과정을 밟았다가 포기했다고도 했고 중퇴를 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혹이 커지면서 언젠가부터 노 대표는 의대를 나왔다는 말은 인터뷰에서 하지 않고 있다.

또 그는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액세서리 디자인'을 전공 및 졸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혹도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파슨스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은 못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가 거기서 학사 과정을 밟았는지 사회교육원을 다녔는지 평생교육원을 다녔는지도 확실히 밝힐 필요가 있다. 사회교육원이나 평생교육원은 학위 과정이 아닐 뿐더러 돈만 내면 다닐 수 있는 과정이다. 굳이 이런 과정 나왔다고 '졸업'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무리가 있지 않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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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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