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동원 의혹에 총회 독단 추진...예보 '성과주의' 갈등
사측 호출받은 '1·2급', 게시판에 성과주의 찬동글 올려...노조 “배후 의심”
예보, '불이익' 언급하며 조합원 압박...노조 "현 경영진과 어떤 논의도 없을 것"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을 둘러싼 예금보험공사 노사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숱한 의혹과 갈등으로 노조가 ‘노사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 파기까지 선언하며 강경대응을 예고했지만, 사측은 여전히 26일로 잠정 계획한 조합원 총회 등의 방식을 통해 4월 내 성과주의 통과를 관철시킨다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1·2급 직원, 사측 호출 후 '찬동글' 올려...노조 "배후 의심"
지난 15일 밤 8시쯤 예금보험공사 사내 게시판에는 글 하나가 올라왔다. ‘공사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부탁한다’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의 결의문이었다.
‘후배들을 사랑하는 1·2급 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이 결의문의 주된 내용은 성과주의 도입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공사의 미래를 위해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26일 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이와 관련 결의문을 작성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예보 1·2급(실부장급) 직원 20여 명에게 곽범국 사장의 ‘긴급 대기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측으로부터 ‘특별지시가 있을테니 퇴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호출을 받은 간부급 직원들이 15층 회의실로 모인 지 수 시간 만에 ‘성과주의 찬성 결의문’이 사내 게시판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을 놓고 현재 예보 안팎에선 각종 추측과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예보의 한 직원은 “회의실에 불려간 부장급 이상 간부들이 사측이 사전에 준비한 결의문 초안에 사인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측 관계자는 “1·2급 직원들이 성과연봉 통과를 운운하고 더구나 조합원도 아닌 상태에서 임의적으로 조합원 총회를 결정하는 것은 월권행위”이라며 “그 의도와 배후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예보는 “해당 직급 직원들이 단순히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예보, '불이익' 언급하며 압박...노조 "어떤 논의도 없을 것" 극단 예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예보 노사 간 소통의 부재 문제는 이미 논의 시작단계부터 감지돼 왔다.
실제로 앞서 1·2급 직원들이 결의문을 통해 언급했던 26일은 곽범국 사장을 비롯한 예보 사측이 성과주의 조기 도입을 위해 조합원 총회 일정으로 기획해 왔다.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사실 역시 사측을 통해 공식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 총회는 노동조합의 고유권한으로, 총회 소집을 위해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요구가 있을 시 노조위원장 권한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사측이 직접적인 권한도 없는 업무에 대해 직원 압박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독단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예보의 성과주의 관련 직원 대상 압박은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이미 지난 14일에도 곽 사장이 ‘성과주의’ 대상자인 3급(팀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약 1시간 가량 ‘성과주의’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성과주의' 간담회에서는 곽 사장이 성과주의 조기 도입 반대 직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까지 직접 거론하면서 결국 이 자리에 있던 3급 직원 70명으로부터 성과주의 도입 찬성 서명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예보의 ‘무리한’ 성과주의 추진 방식은 오히려 노조와의 갈등만 심화시킨 꼴이 됐다.
노조는 결국 지난 19일 “현재의 경영진과 공사 발전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노사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 파기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향후 성과주의와 관련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한편 예보는 “26일 쯤 어떻게든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바람인 것이지, 꼭 총회 일정이 확정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노조 설득이나 총회를 포함해 어떤 방법이 됐든 간에 추진을 할 수 있도록 현재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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