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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사태 '깨끗함' 다시 생각하기


입력 2016.05.08 12:59 수정 2016.05.08 13:02        김영진 기자

과도한 위생 오히려 독이 될 수도...화학 제품 과다 사용 자제도 필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등 37개 시민사회단체 참가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들의 사과와 처벌, 옥시 상품 불매 선언, 사건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국회 청문회 개최 등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가습기 살균제'사태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최소 140여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한번이라도 사용했던 소비자라면 잠재적 피해자일 수 있다. 그 피해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양파껍질 벗기듯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매일 새로운 뉴스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누구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소비자 및 소비자단체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고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업체가 옥시여서이지 옥시 제품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또 옥시 제품을 불매하고 우리나라에서 퇴출시킨다고 하더라도 이 사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통해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세상에 믿을 거 없다', '절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등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통해 '깨끗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어릴 적 TV에서 고부간의 갈등을 소개하는 일화 중 나이든 할머니는 손자에게 손으로 김치를 찢어 먹이는데 며느리가 비위생적이라고 말리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며느리는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일회용 기저귀와 휴지 등을 아낌없이 사용했고 그릇을 씻을 때도 주방세제를 많이 사용했다. 할머니는 위생을 위해 아기 옷을 직접 삶아야한다 했지만 며느리는 살균되는 세제가 있어 그걸 사용하면 된다고 세탁기로 아기 옷을 빨았다.

당시 그 할머니는 지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물로 비춰졌고 며느리는 위생적이고 스마트한 사람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이후 정말 스마트하고 위생적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일회용품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고 합성 주방세제로 그릇을 씻는 며느리가 정말 깨끗하고 스마트한 사람일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 고객들은 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오면 비위생적으로 생각하고 직원들에게 적극 컴플레인을 할 때가 있다. 물론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는 것은 비위생적이다. 하지만 어떤 고객들도 번쩍번쩍 빛나는 그릇을 두고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번쩍번쩍 빛나는 그릇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강한 세제를 사용했을까. 그것은 과연 깨끗하고 위생적이며 우리 몸에 이로울까.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어쩌면 너무 깨끗함을 추구한 나머지 가습기의 위생을 위해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덜 위생적이었던 사람들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기업들은 보건과 관련된 화학 기업들이었다. 살균이 되는 손세정제, 섬유에 뿌리기만 하면 살균이 되는 제품, 방향제, 마스크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물론 위생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위생은 오히려 인간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벌레를 죽이는 제품이 인간에게 좋을 수도 없을 것이다. 적당히 더러운 게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해 우리 주변에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화학제품들에 대해 고민해 보자. 무엇이 진정 깨끗함이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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