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7대 붉은 별 7인 상무위원 대해부 - 장고려③>
경제수장 장고려 북한 방문은 커녕 단독 접촉도 안해
지그재그 또는 역Z형이라 할까, 찬란한 중화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은 팽창과 수렴을 반복하며 지역개발전략과 대외정책의 주력방향을 연계하여 전환시키는 특유의 궤적을 보여 왔다.
제1세대 마오쩌둥은 티베트를 점령하는 등 서남방확장에, 제2세대 덩샤오핑은 광둥과 푸젠, 하이난에 경제특구를 설립하는 등 동남방건설에, 제3세대 장쩌민은 서북방 내륙개발에 역점을 두는 서부대개발에, 제4세대 후진타오는 동북3성의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과 함께 낙후한 동북3성을 개발하는 동북진흥에 몰두했다.
즉 마오쩌둥(서남지역), 덩샤오핑(동남지역), 장쩌민(서북지역), 후진타오(동북지역)에 이르기까지 중국 역대지도층은 그들이 선택 집중한 지역의 개발과 대외정책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렇다면 2012년 가을에 출범할 중국 제5세대 최고 지도층의 대외정책 주력방향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시진핑-리커창 팀은 육해(陸海)양면으로, 과거를 계승하여 미래를 여는 ‘계왕개래(繼往開來)’로 나아갈 것으로 예견된다.
시진핑을 비롯한 차세대 지도자들은 G2로 불릴 만큼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전임세대들보다 훨씬 유리한 여건에서 더욱 대담하고도 주도면밀한 정책을 펼칠 것이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의 팽창전략범위는 청나라 말엽 당시의 국경 안으로 국한되지 않고 국경 밖의 바다와 섬과 반도로까지 향할 것 같아 탈이다.
이상은 5~6년 전 '데일리안'에 연재했던 「강효백 교수의 류큐이야기」 ‘해양대국은 중국 수천년 팽창야욕의 종결자’, ‘실크로 포장한 중화제국’ 등에 실렸던 글이다(2010년 12월~2011년 12월 연재).(필자주1)
중국이 기억하고 직감하고 기대하는 꿈은 무엇일까
2012년 11월 15일, 시진핑부터 장고려까지, 7인의 정치국상무위원이 일렬횡대로 중국 제5세대 서막을 여는 역사무대에 등장했다. 시진핑은 ‘중국몽(中国梦, Chinese Dream)’을 내걸었다. ‘중화민족의 부흥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꿈’이라고 선포했다. 이 꿈이 실현되면 국가가 부강하고 인민의 행복이 시현된다고 공포했다.
중국몽, 중국의 꿈? 천하통일, 중화사상, 실용실리 3대 키워드로 집약되는 반만년 유구한 중화민족성의 몸통에다가 이른바 과학적 사회주의 유물사관의 외피를 걸친 중국공산당 최고지도자가 감히 ‘꿈’을 내건 배경과 의의, 목적은 뭘까?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중국관측통 일각에서는 중국몽을 ‘차이니즈 드림’으로 직역, ‘아메리칸 드림’을 모방한거라고 비아냥거리듯 풀이했다. 하지만 자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자존심 충만한 세계관의 중화사상에다가 이데올로기는 물론 종교와 신앙조차 실리를 위한 도구로 쓰는데 도통한 실용실질추구 현실주의자들인 14억 중국민의 최고지도자가 다소 생뚱맞은 느낌의 중국의 꿈’ 을 내걸다니.
그렇다면 ‘중국의 꿈’이 내포한 진정한 함의는 뭘까? 여느 몽상가들이나 관념논자들, 이상주의자들이 내건 ‘꿈’과는 차원과 본질 자체가 다르지 않을까? 반만년 노대국 중국이 기억하고 직감하고 기대하는 꿈은 무엇일까? 진지한 사색과 함께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부주석보다 높은 장고려 상무부총리
2013년 3월, 7인의 중국 정치거두들은 역대 정치국상무위원들처럼 각자 국가권력의 최고위직을 골라 맡듯 한 자리씩 차지했다. 시진핑은 국가주석, 리커창은 국무원 총리, 장더장은 전인대 위원장, 위졍성은 정협주석, 류윈산은 당서기처 서기, 왕치산은 당기율조사위 서기, 장고려는 상무부총리를 맡았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 1기 최고위직 포진은 역대 포진과는 달리 유별난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상무부총리에는 지고지상의 정치국상무위원으로, 국가부주석에는 정치국상무위원보다 한 등급 낮은 정치국위원으로 포진한 부분이다.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영도하는 중국정치체제상 당직이 정부직보다 우선한다. 따라서 정치국상무위원 장고려가 맡은 상무부총리의 지위는 정치국위원 리웬차오가 맡은 국가부주석보다 당 서열뿐만 아니라 당 등급이 더 높다.(비유하자면 정치국위원이 중장이라면 정치국상무위원은 대장이다.)
중국의 국가부주석은 영문으로 vice president, 부통령으로 번역된다. 총리라면 몰라도 부총리가 부통령보다 높은 경우는 세계 각국은 물론 최근 20년 중국 정치사에도 없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아래 표 참조).
참고로 1982년 12월, 덩샤오핑은 기존의 헌법을 제정 수준으로 전면 개헌했다. 1982년 헌정 체제이후부터 중국은 ‘2’와 ‘7’로 끝나는 해의 가을에는 정치국상무위원을 비롯한 중국공산당지도부가 교체되고 이듬해 ‘3’과 ‘8’로 끝나는 해의 3월에 그들은 5년 임기(필자주2)의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상무부총리 등을 비롯한 정부요직을 하나씩 꿰차는, 예측 가능한 패턴이 유지되어 왔다.
장쩌민시대부터 후진타오시대까지 국가주석은 주로 정치를, 총리는 주로 경제를 맡는 역할분담 체제를 유지하여왔다. 그래서 장쩌민-주롱지 정부, 후진타오-원자바오 정부로도 별칭되어 왔다.
현 시진핑 시대도 시진핑-리커창 정부로 부르긴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1인 카리스마가 워낙 빛나는 반면, 리커창 총리는 역대 총리에 비해 친화력도 떨어지고 경제수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다는 게 각계의 중론이다. 또한 주석과 총리가 상호 조화와 보완, 힘의 균형관계를 이루어 온 역대정권과 달리 시 주석과 리 총리는 상호 갈등모순과 힘의 불균형 현상을 노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례적 상황을 이례적으로 국가부주석보다 당등급과 당서열이 높은 장고려 상무부총리가 타개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한발 더 나아가 역대 총리가 맡아온 경제총수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특히 시진핑 시대의 대표적 국가전략사업인 ‘일대일로’와 ‘자유무역구’를 입안, 주도하고 있는 장고려 상무부총리의 위상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을 이끄는 실질적 쌍두마차는 '시진핑-리커창 팀'이 아니라 '시진핑-장고려 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진핑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2013년 3월경부터 ‘중국몽’은 차츰 ‘세계의 중국화 (世界的中國化)’로 확장되면서도 오히려 해상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국몽을 ‘세계의 중국화’로 풀이하는 중국 관언학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슈퍼파워, 알리바바 그룹의 총수 마윈(馬雲)도 “자신의 꿈은 현재 ‘중국의 세계화’를 넘어 ‘세계의 중국화’ 를 이루는 것이다.” 라고 공언하기 시작했다. 마윈의 이름 ‘운(雲)’에서 ‘뭉게구름’이 아닌 ‘버섯구름’이 떠오르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중국의 세계화’가 ‘뭉게구름’이라면 ‘세계의 중국화’는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라고 할 만큼 섬뜩하다. ‘세계의 중국화’는 중국에 의한 평화라는 뜻의 ‘팍스 시니카(Pac Sinica)’보다 훨씬 불온하고 위험한 용어다. 인류역사상 ‘로마에 의한 평화(Pax Romana)’나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라는 용어는 있었지만 ‘세계의 로마화’ ‘세계의 미국화’는 듣도 보도 못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제아무리 극성기라고 하더라도 ‘세계의 중국화’처럼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구호를 외친 제국은 없었다. 심지어 나치즘이나 일제 군국주의도 게르만 인종주의에 기반한 ‘유럽의 독일화’나 대동아공영권을 내걸고 실제로는 ‘동아시아의 일본제국화’를 추구했을 뿐 ‘세계의 독일화’ ‘세계의 일본화‘는 꿈은 꾸었을지라도 중국처럼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코 앞에서 덩치 어마어마한 저 대륙의 나라가 인류사에 전대미문인 무지막지한 구호 ’중국의 세계화‘ 를 포효하고 있다.
중국몽이 ‘세계의 중국화’로 구체화, 명료화, 무한확장되는 과정을 목도하면서 필자는 5~6년 전 중국의 해양대국화와 국경 밖으로 팽창하려는 중국의 야망을 예측은 했으나 중국이 꿈꾸는 영역을 너무 좁게 잡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중국의 야심이 이어도-제주해역과 조어도(일본은 센카쿠, 중국은 댜오위다오), 동중국해, 남중국해, 북한정도인 줄 알았는데, ‘중국의 세계화’ 또는 ‘동아시아 패권국의 귀환’ 정도로 그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필자의 예측은 너무 나이브하고 너무 목가적이고 너무 소박했다.
지금 중국의 꿈은 ‘세계의 중국화’이다. 진시황을 비롯하여 삼국시대 등 분열시대의 제왕들이 내걸었던 천하통일, 그 ‘천하’의 범위는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는 이미 대륙을 훨씬 넘어 지구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중국화’를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30여년전 개혁개방 초기의 ‘칼날의 빛을 숨기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르자’던 ‘도광양회(韜光養誨)’의 그 삼가하고 조심스럽던 태세는 자취도 없다. 참고로 2016년 6월 18일 현재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에는 ‘세계의 중국화’ 관련 논문 수만, 무려 82만 8110편이나 실려 있다.(필자주3)
일대일로는 팽창, 세계의 중국화를 향한 모노레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방문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를 세상에 공개했다. 일대일로는 육상의 실크로드 경제지대(Silk Road Economic Belt)와 해상의 21세기 해상 실크로드(21st Century Maritime Silk Road)를 합친 개념이다. 육상의 실크로드의 기점은 시진핑 주석의 고향 시안(필자주4)이고 해상실크로드의 기점은 장고려 상무부총리 고향 촨저우다. 일대일로의 수장은 장고려이며 일대일로의 방점은 해상실크로드에 찍혀있다.
일대일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시점은 2015년 2월 1일 장고려 상무부총리가 일대일로의 영도소조의 조장으로서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건설회의를 주재한 이후부터이다. 사실 일대일로와 같은 당대의 최고 국가전략프로젝트의 영도소조 조장은 국무원 총리가 맡는 게 정상이다. 더구나 왕후닝(王沪宁), 왕양(汪洋)정치국원 겸 부총리, 양징(杨晶)과 양제츠杨洁篪) 국무위원 등 휘하에 2명의 정치국원과 부총리, 2명의 국무위원(부부총리)을 거느린 막강한 영도소조의 조장을 총리가 맡지 않고 상무부총리가 맡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아무리 수석부총리인 상무부총리라 하더라도 같은 부총리를 휘하에 두는 것은 모양이 많이 어색하다. 그만큼 장고려 상무부총리가 중국정부직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권력은 이미 리커창 총리를 넘어 섰고 시진핑 주석에 버금간다고 평가된다.
일대일로 전략의 특징은 팽창이다. 일대일로는 이미 있는 특정 교역로의 개념이 아니다. 법제와 도로, 무역과 화폐(인민폐), 민심의 5대 영역을 하나로 연결시켜 권역을 개척하고 확장하겠다는 일대일로 전략은 ‘중국몽’ 과 ‘세계의 중국화’의 구체적 표현이다.
일대일로는 ‘세계의 중국화’를 향한 모노레일이다. 일대일로는 세계 68개국, 인구 45억명, 경제총량 23조 달러, 각각 전세계의 63%, 30%를 하나로 꿰뚫는다. 일대일로에 소요되는 자금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조달한다. 일대일로의 중장기 목표는 중국 주도의 슈퍼메가 경제권 형성이다.
특히 해상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을 바닷길과 도로로 연결, 인근 일대를 중국의 한 길 (One Road)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외교역의 폭과 경로가 연속되는 해상실크로드에는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해상실크로드 구축은 주변국가와의 해양영토갈등 해소, 인프라투자 등 경제적 지원을 통해 아세안 인도양 아프리카 나아가 유럽대륙에 대한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워 차이니즈 드림, 즉 ‘세계의 중국화’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해상실크로드는 G2중국 경제 총사령관이자 7인 정치국상무위원겸 상무부총리 장고려의 고향 취안저우에서 출발한다. 취안저우 -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 인도의 캘커타 - 케냐의 나이로비 -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 그리스의 아테네 -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 이르는, 즉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3대륙을 중국의 한 축으로 꿰고 있다.
“중국몽 < 세계의 중국화 < 일대일로” ‘중국몽’은 ‘세계의 중국화’로 확장되고 명료해지고 ‘일대일로’라는 모노레일의 약도로 구체화 실체화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실크로 포장한 중화제국주의, ‘세계의 중국화’로 향하는 약도이다. 일대일로는 “미국은 북미와 중남미의 신대륙만 맡아라.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아우르는 구대륙의 맹주가 되겠노라”의 선언문이이다. 일대일로는 당나라시대의 번영과 개방, 송나라시대의 문화와 문명, 원나라시대의 강병과 팽창을 하나로 모듬하여 그야말로 ‘One Belt One Road’로 재현하는 슈퍼메가 프로젝트이자 초거대 로드맵이다.
자유무역구는 장고려의 근거지이자 ‘구역’
‘장고려 상무부총리’를 검색어로 중국의 각종 포털사이트 등에 입력하면 ‘일대일로’가 제일 많이 따라 나온다. ‘일대일로’ 다음으로 많이 따라 나오는 용어는 ‘자유무역구(FREE TRADE ZONE)’이다.
2014년 12월 28일(길일)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우리나라 국회)는 2013년 9월에 설립된 상하이자유무역구에다 푸젠(샤먼 등 3개), 광둥(선전 등 4개), 텐진 자유무역구 등 4개의 국가급자유무역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런데 푸젠, 광둥, 텐진 자유무역구를 보라. 죄다 ‘바다에서 바다로’ 의 일관된 삶을 산 장고려의 인생역정이자 근거지이자 ‘세력기반 구역’이다.
1946년에 푸젠에서 태어나 푸젠의 샤먼대학을 나오기까지 25년의 푸젠 세월, 1970년 광둥성 소재 국영기업직원, 광둥성 부성장, 선전시 당서기 등 32년의 광둥 세월, 2007년에서 2012년 텐진시 당서기 6년의 텐진 세월, 모두 합한 세월 63년이다. 계량적으로 따져도 70평생 중 산둥성 성장, 당서기 2001~2007년 7년을 제외한, 장고려 평생의 90%의 피와 땀의 세월을 바친 곳이 바로 자유무역구이다.
특히 장고려의 고향 푸젠 자유무역구는 중국 정부가 특히 중시하고 관심을 쏟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여타 지역에 비해 진출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푸젠 자유무역구는 해상실크로드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는 곳이다.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향시(思鄕詩)’가 중국공산당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을 만큼 장고려의 고향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전편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장고려의 고향, 푸젠 취안저우는 중국에서 ‘고려’라는 지명과 거리명, 상호명이 제일 많은 지방이다.
팔이 들이굽지 내굽나,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게 정이 쏠림은 인지상정이다. 고향사랑의 본질은 자기애(自己愛)이기에 돈으로써도 칼로써도 끊을 수 없는, 영속적인 절대본능이다. 더구나 푸젠, 광둥, 텐진 모두 자유와 무역의 바다와 함께하는 연해지역이니, 그곳에다 자유무역구를 설립한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중국 경제수장의 이례적인 중국군 유해 환영식 행사 주관
중국경제의 수장, 장고려 상무부총리의 동정은 주로 일대일로와 자유무역구를 비롯한 경제관련 뉴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이례적인 뉴스가 하나 있다. 필자의 눈조리개가 활짝 벌어진 그의 동선이 하나 있다.
2014년 3월 28일 중공군 유해 437구가 중국으로 송환되는 행사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승주 국방부차관이 인천공항에서 인도식을 했다. 그날 자 「베이징 청년보」는 한국 군인들이 유해가 담긴 무거운 관을 하나씩 가슴에 안고 차에 탔다며 이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가슴에 안고 있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선양에서는 정치국상무위원 장고려 상무부총리가 환영식을 주재했다. 사상처음으로 북한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국 땅으로 송환된 중국군 유해였다.
중국경제의 수장인 장고려의 직위와 중국군 유해 환영식 행사의 성격이 너무나 걸맞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고려, 그의 이름 ‘고려’ 가 원래 고려의 수도 개성 부근인 파주에 묻혀있던 중국군 유해 환영식에 나가게끔 한 것은 아닐까.
장고려는 북한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현 정치국상무위원 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장고려가 단독으로 북한고위인사와 접촉한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 개방과 개혁, 바다에서 바다로의 그의 생애 역정으로 보나 합리적 이지적이며 정의감이 강한 그의 성격으로 보나 장고려가 북한에 호감을 품을 하등의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장고려 상무부총리가 수십년째 중국의 국가정책관련 검색어 1위 ‘개혁개방’을 입에 떠올리는 즉시 무자비하게 처형시키는 북한정권을 어찌 용납할 수 있겠는가.(중국의 지식층 상당수는 자기네들이 하루에 서 너 번씩 언급하지 않으면 혀에 비늘이 돋을 정도로 애용하는 상용어 ‘개혁개방’을 절대 금칙어로 규정해놓고 ‘개혁개방’을 말하면 사형에 처하는 북한정권이야말로 최악의 반중정권 혐중집단이라고 입을 모아 규탄하고 있다.)
일대일로에서 북한, 완전 배제
그래서일까, 일대일로에서 북한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 일대일로에 제외된 나라는 북한이 유일무이하다. 시진핑부터 장고려까지 현 중국최고수뇌부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었을 뿐만 아니라 자국의 경제발전정책에 도움은커녕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처치 곤란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2015년 북한의 GDP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랴오닝성의 1/10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북한때문에 일대일로는 한국의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반도국가도, 도서국가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북한이 물류통로의 길을 열지 않는다면 일대일로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엔진으로 작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실, 지난 2월 11일 폐쇄된 개성공업단지도 국제경제법상 합법적으로 인정받기 곤란한 지역이었다. 즉 ‘Made in Korea’라는 원산지표시 특례조항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북한이 WTO 미가입국이기 때문이다. 국가도 아닌, 홍콩이나 마카오조차도 가입한 WTO에도 북한은 가입하지 않았다. 가입하려고 해도 가입할 능력이 없어 포기했는지, 가입하려는 의향도 보이지 않는 중증자폐증환자 같은 나라 같지 않은 나라 북한이다. 즉 WTO체제 밖에 있는 북한과는 개성공단관련협정 같은 유사FTA를 체결하였다고 해도 WTO체제의 법적 보호와 보장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려시대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가 장고려 중국 상무부총리의 고향 췐저우와 나일강 하구의 알렉산드리아와 더불어 세계 3대항이었다니, 독자분들 상당수는 ‘설마 그럴 리가, 과장된 역사’ 라고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대한민국의 총수출액은 5355억 달러로 중국,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하였다는, 이 믿기 어려운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고개가 치켜세워지고 어깨가 으쓱해질 것이다.(반면에 북한은 44억 달러, 인구 30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와 같은 세계 114위다. CIA world-factbook 자료 참조)(필자주5)
세계유일 분단국이라는 악조건과 각종 낡고 썩은 법령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인구의 2.5배 이상인 일본에 비해 불과 900억 달러 못 미치는, 세계 5위의 눈부신 수출 실적을 거둔 것은 우리 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덕분이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이 무역강국 고려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덕분이다. 물론 고려시대 벽란도도 세계 3대항을 너머, 세계 최대 무역항이었음이 틀림없는 역사적 사실이리라.
김정은 정권은 ‘고려(KOREA)’를 사용할 자격이 없다
필자는 지난 4일 강화도 북단에 위치한 제적봉 평화의 전망대를 갔었다. 전망대에서 정북쪽으로는 송악산이 보이고 북서쪽으로는 예성강의 하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벽란도이다.
김정은 정권은 예성강 하구 지역이 고려시대 개방과 교류가 넘실거리는 세계 3대 무역항이었다는 역사를 숨기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반만년 한민족 역사상, 삼천리 한반도 지리상, 김씨 3대 세습왕조처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세계 인류의 트러블메이커로 전락한 정권이 들어섰던 시공간이 단 한시라도, 단 한 치라도 존재했을까.
철책선 너머 한강과 임진강이 하나로 합류하여 흐르는 강 건너 예성강 하구 벽란도를 바라보면서 필자는 생애 최초로 이분법적 재단이 면책되는, 기묘한 시공간에 서 있었다. 고려와 북한, 과거와 현재, 선과 악, 희망과 절망, 개방과 폐쇄, 영광과 오욕, 떠오름과 가라앉음, 평화와 전쟁, 백과 흑, 천사와 악마가 상호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분법이 무한도로 허용되는 참으로 괴이쩍은 시공간을 견디지 못했다. 북한정권에 대한 절망을, 남침역사에 대한 분노를, 창자까지 쏟아낼 듯한 토악질로 마구 해댔다.
김정은 정권은 상감청자, 금속활자로 대표되는 세계최고수준의 정신문화와 물질문명을 낳은, 평화와 교류, 국제화와 개방의 무역대국의 찬란한 이름, ‘고려(Korea)’를 국호로 쓸 자격이 없다. 북한의 영문명칭 ‘Democratic People Republic of Korea’ 를 ‘Kingdom of Kim‘s Chosun’ 으로, 한글명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김씨 왕국’ 또는 ‘김씨 조선왕국’으로 개명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나라가 통일 대한민국이라면 해상 실크로드의 기점은 장고려 중국 상무부총리의 고향 취안저우가 아니라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한반도 중추부의 3대 강이 하나로 합류하여 바다로 향하는 어드메 항구이리라. 전세계 전인류를 평화와 우호로 하나 되게 잇는 해상실크로드도 찬란한 문화와 문명이 꽃피는 무역강국 고려의 정통후예, 대한민국이 주도하리라. 서울과 인천, 개성을 아우르는 초대형 메트로폴리탄의 모습으로, 뉴욕과 상하이, 암스테르담을 모두 합친 것보다 거대하고 흥성한 세계 중심항으로 되돌아오리라.
봄은 갔지만 봄은 또 되돌아온다(春去春又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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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http://www.dailian.co.kr/newslist/?kind=menu1_code&code=416&sel=&shword=&page=15
2)국가원수, 총리뿐만 아니라 부총리, 내각의 각료들의 임기(5년)를 헌법(중국헌법 제87조)으로 규정한 세계 각국의 헌법례를 찾지 못했다. 각료들의 임기를 헌법으로 보장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무이한 국가로 추정된다. 그만큼 중국의 총리 이하 각부장관들은 최고 권력자의 심기와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자신의 정책을 제도화하며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부총리(국무위원)이상 국가주석의 최장 임기는 10년(1회 한 연임)이며 각부 부장(장관)임기는 5년이나 연임제한이 없다. 덩샤오핑은 이처럼 좋은 제도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창조’하였다. 이런 게 바로 G2 중국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
3)finance.ifeng.com/a/20...' 세계는 지금 중국화되고 있다.(世界正在中国化 《经济展望》)' 를 비롯, '세계의 중국화 ‘ 관련 논문 총 828110편(世界的中国化_相关论文(共828110篇)_百度学术)
4)시진핑 주석의 고향 푸핑(富平)은 시안과 불과 66㎞ 동북부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보다 96배 넓은 중국땅에서 66㎞라면 한국에서 1㎞ 정도의 거리감이라고 할 수 있다.
5)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rankorder/2078rank.html#ch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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