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까지는 '산넘어 산'


입력 2016.08.04 10:36 수정 2016.08.04 10:37        이충재 기자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일선반발 여전...'A폭격기' '00영업점 줄서기' 우려도…"명확한 평가기준 관건"

은행권 내에선 성과연봉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자료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최종 도입까지 넘어야할 장벽이 여전히 높다. 각 시중은행의 가이드라인 적용 방식에 따라 기피 업무부서가 생기거나 특정 지점에 대한 줄서기 우려가 나오는 등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높은 성과 내고도 'D등급' 받으면 어쩌나

은행원들 사이에서 성과연봉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같은 직급끼리도 연봉 차이가 관리자는 30% 이상, 일반직원은 20% 이상 벌어지도록 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4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이를 각 시중은행이 기존 평가시스템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한 은행의 높은 성과를 낸 그룹에서도 의무적으로 D등급을 배정 받아야 하는 직원이 나오게 된다. 등급별 인원에 하한선을 뒀기 때문이다. "우수한 직원이 몰린 부서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의 불만을 어떻게 푸느냐"가 숙제인 셈이다.

평가권한-영역도 '모호'…이의제기 절차 '실효성 의문' 지적

'정량적 성과'와 함께 기존 '역량 평가'도 확대되면서 평가자에게 이른바 '찍힌' 직원이 낮은 점수를 받는 것 역시 보완책이 요구되는 사례다. 지점장이 직원의 업무 태도에 따라 부여한 역량 평가의 비중을 얼마나 두느냐 등도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개인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평가 결과에 이의 제기를 하는 직원이 얼마나 되겠나", "이의 제기하면 더 찍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점장이 '다 같이 고생했다'며 역량평가에 차등 없이 좋은 점수를 주는 등 기준이 모호할수록 제도가 형식적으로 된다"며 "직원들의 줄서기 문화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돈 되는 고객 우선?' 은행권에선 성과에 도움이 안 되는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게티이미지코리아

기피업무-부서 우려 여전…"공과금 납부, 민원상담 누가 하겠나"

이와 함께 은행 고객들의 민원상담-처리, 공과금 납부 등 공적기능에 대한 가점 배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과에 도움이 안 되는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공과금 납부 같은 실적이 나지 않는 공적업무에 가점이 없는 내용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성과연봉제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선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적이 높은 영업지점에 대한 '줄서기' 현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세종시 등 신도시에 새로 들어선 지점이나 큰돈이 도는 영업점에 가기 위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특정 영업점-부서의 기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성과연봉제 도입과 함께 은행의 전반적인 인사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재은 수석연구원이 내놓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보고서는 "성과연봉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직무-개인별 가치와 특성을 인정하는 직무주의 인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직무성과와 직결되는 요인들을 평가-보상, 배치의 기준으로 삼는 직무주의 인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일반직 공채제도와 순환직무제 등 속인주의 인사체계가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 기준'과 관련, "전행과 본부, 지점 등 조직성과 중심으로 설계하고 기본급 산정과 승진심사에는 개인 역량-업적평가를 반영하는 등 신중한 접근과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