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침대축구 부추긴 한국 ‘동네축구’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9.07 09:53  수정 2016.09.07 09:53

시리아와의 제3국 원정경기서 0-0 무승부

침대 축구 논하기 앞서 동네 축구 반성해야

시리아의 침대축구를 탓하기 전, 한국의 동네축구도 비판받아야 한다. ⓒ 데일리안

슈틸리케호가 예상대로 시리아의 침대 축구와 마주했지만, 이에 대한 파훼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투안쿠 압둘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시리아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1승 1무(승점 4)를 기록한 한국은 A조 2위를 유지했다. 9월 A매치를 마친 한국은 다음달 6일 카타르와 홈경기를 펼치고 11일에는 이란 원정을 떠난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가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 ‘직선’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침투 패스와 이에 걸맞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력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물론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열린 말레이시아 투안쿠는 가뜩이나 고온인데다가 습도가 77%나 됐다. 그야말로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실제로 직접 뛰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 역시 선수들을 지휘하며 연신 수건으로 땀을 닦을 정도였다.

선수들의 체력 저하도 눈에 띈 부분이다. 전반전에 활발한 공격을 선보이던 대표팀은 후반 들어 같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주장 기성용을 비롯해 선수들 대부분이 걸어 다니기 일쑤였다. 공격은 무뎌졌고 상대의 수비벽은 더욱 높게만 느껴진 이유다.

하지만 이는 핑계가 되지 못한다. 한국은 물론 시리아 역시 같은 환경에서 뛰었기 때문이다. 경기장의 좋지 못한 잔디 상태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한국처럼 전력이 높은 팀이 한 수 아래 팀에 비겼다는 점은 그만큼 경기를 잘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침대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시리아가 고의로 시간을 지연시킨 행위는 이미 경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상대의 침대축구에 힘들어 했다. 경기 전 미팅 때도 그 부분에 대해 주지시켰는데 어려움을 겪고 말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침대축구를 막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선취골이다. 먼저 골을 넣으면 상대 입장에서는 그대로 패하기 때문에 그라운드에 드러누울 겨를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선취골을 얻는데 실패했고, 시리아는 의도대로 승점 1을 가져갔다.

배려로 호평 받았던 슈틸리케 감독의 20인 엔트리도 결과적으로 ‘자만’이 되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에서 3명 줄인 20명의 선수단을 발표했고, 심지어 손흥민과 석현준은 중국전과 이번 시리아전을 나눠 뛴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중국전에 정상적으로 출격했지만, 석현준의 경우 장소 변경으로 인해 끝내 부름 받지 못했다.

시리아전처럼 활동량이 둔화된 경기에서는 키가 큰 타겟형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 아무래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장신 공격수의 진가는 코너킥 등 세트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법. 그렇기 때문에 석현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시리아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A매치 2경기를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목표했던 승점 6 획득에 실패했다. 승리를 거뒀던 중국전 역시 수비 불안이라는 숙제만 가득 안았고, 시리아전에서는 내부보다는 외적인 변수들에 의해 크게 흔들렸다. ‘침대축구’를 비난하기에 앞서 한국의 ‘동네축구’에 대한 반성이 더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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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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