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희 감독 신작 '미씽' 아이 잃은 엄마 역
'이혼-워킹맘' 사회적 약자 대변 '내공 연기'
이언희 감독 신작 '미씽' 아이 잃은 엄마 역
'이혼-워킹맘' 사회적 약자 대변 '내공 연기'
“단순한 유괴 영화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엄지원 인터뷰 中)
사회적 이슈와 여성을 향한 시선과 편견을 ‘유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잘 녹여낸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주인공 엄지원은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는 편견과 오해의 시선들, 그리고 그렇게 사회적 약자를 짓누르는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 영화 ‘미씽’에 출연하게 된 이유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보모와 아이가 갑작스레 사라지고, 그들을 쫓는 엄마의 5일 간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물론 스토리 라인의 큰 줄기는 ‘유괴’라는 설정이지만 영화 ‘미씽’은 단순히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뻔한 감정 스릴러는 절대 아니다.
극중 바람 난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딸 다은이는 키우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지선 역을 맡은 엄지원은 “시나리오를 본 후 많은 감정을 느꼈다. 단순히 유괴 영화였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나리오에 담겨 있던 슬픔, 아픔, 메시지가 잘 담긴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엄지원은 “시사를 통해 영화 완성본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전한 마음으로 느껴보지 못했다”며 긴장된 속내를 내비쳤다.
“영화를 봤는데도 잘 모르겠어요. 1년 넘게 열심히 준비한 영화다 보니 시사회 행사에서 온전한 마음으로 영화를 못보겠는거예요. 다행히 시사 후 많은 분들이 좋게 평을 해주시고, 반응도 좋은 거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빨리 개봉하고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주연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겠지만 엄지원은 이번 작품에서 기존의 연기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감정 연기를 담아냈다. 100분의 런닝타임 동안 단 몇 분을 제외하고 등장할 정도로 극의 중심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고 그 만큼 혼신의 연기를 담아냈기에 남다른 애정과 부담도 클 터다.
더욱이 남남케미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엄지원, 공효진이라는 '女女조합'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컸던 탓도 있다. ‘여자 영화는 흥행 안돼’라는 말도 안 되는 편견의 시선이 존재했고, 그렇게 시작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지원과 공효진은 뻔한 유괴영화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적재적소 잘 녹여낸 작품으로 완성시켰고 그렇게 ‘미씽’은 또 하나의 수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영화를 만들기에 앞서 반대 의사나 우려의 시선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본 분들이 우려했던 시선이 무색할 만큼 좋다는 평을 해주셔서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아이를 잃은 엄마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유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아주 다른 이야기에요. 사회적인 화두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죠.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엄지원은 앞선 제작보고회나 기자간담회에서 “모성애 연기는 여전히 숙제”라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미씽’ 속 엄지원의 연기는 단순히 모성애가 아닌 엄마이자 워킹맘이자, 30대 여성, 한국의 여성 등 다양한 역할을 대변하는 연기였고 그 캐릭터를 오롯이 잘 표현해 냈다.
엄지원이 밝힌 대로 영화 ‘미씽’은 보모 한매(공효진)와 사라진 아이, 그를 쫓는 지선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 아닌, 지선과 한매라는 두 여성의 관계와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강렬한 영화다. 때문에 여성 관객과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 시선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연령층에 따른, 혹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른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극명히 차이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촬영하면서, 그리고 영화 시사가 끝난 후 느낀 거지만 우리 영화는 남녀의 시선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상업영화죠. 그렇지만 모성으로 시작해 여성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렇다 보니 받아들이는 메시지 역시 다를 수도 있을 거에요. 남성들은 모성애에 집중할 수도 있고 워킹맘들은 사회가 보내는 편견, ‘엄마’에 묶어서 보내는 오해의 시선들에 집중할 수 있죠. 우리네 현실 속 직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스릴러라고 봐요.”
때문에 엄지원은 이번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 그리고 그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들. 또한 소외한 사람들을 향한 강한 메시지. 그렇기에 영화 ‘미씽’을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많았고, 범인을 쫓아가는 단순 스릴러물도 많았다. 하지만 영화 ‘미씽’이 차별되는 이유는 유괴와 스릴러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다. 아픔과 슬픔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처절한 눈물을 안길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반성의 시간을 줄 수도 있는 ‘현실 공감 스릴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영화를 찍는 내내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잘 하고 있나, 이 연기가 맞나 말이죠. 하지만 엔딩에서의 눈물과 화해, 이별 등을 통해 보다 더 현실을 알게 되고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영화 ‘미씽’이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받았으면 하는 이유 역시 이런 메시지 전달도 있고, 무엇보다 ‘여자 영화도 잘 된다’는 편견을 깬 평가도 얻고 싶은 거죠. 때문에 책임감과 어깨가 무거워요. 흥행 보다 좋은 선례를 남기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거든요. 관객들에게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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