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진행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9일, 10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영화제는 삶의 균열을 섬세하게 포착한 서사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되묻는 도전적 작품까지, 총 57개국 224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났다.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올해 영화제는 8일 기준 7만여명의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 전체 상영 회차 586회차 중 448회차가 매진되며 역대 가장 높은 매진율(76.4%)을 기록했으며 매진 회차는 지난해 대비 67회차 늘었다.
좌석 점유율도 높았다. 총 좌석 수 8만 5874석을 운영, 같은 날 기준 81.6%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79.3%)보다 2.3%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성과에는 철저한 큐레이션과 다양화된 프로그램이 주효했다. 특히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 참여한 배우 이정현이 선정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 등 6편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올해 국제경쟁 부문 대상은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에 돌아갔다. 한국경쟁 부문에서는 조현서 감독의 '겨울의 빛'이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 영화의 섬세한 시선과 완성도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또한, 황현지 감독의 '겨우살이'가 한국단편경쟁 대상을 수상하며 단편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박준호 감독의 '3670'은 배급지원상, CGV상, 왓챠상, 출연 배우 김현목의 배우상까지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올해 신설된 농심신라면상은 성스러운 감독의 '여름의 카메라'가 차지, 신진 감독들의 실험적 시도에 힘을 실었다.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와 같은 56억 원의 예산으로 치러졌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의 1억5000만원 예산 삭감은 큰 타격이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1억5000만원은 영화제 전체에 있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시 예산 확대로 균형을 맞췄지만, 이런 구조가 지속 가능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마스터클래스는 전주가 국제적인 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영화의 보루로 자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반복되는 예산 문제와 운영 자원의 부족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큰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 예산 편성 방향,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변화가 전주국제영화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험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며, 동시에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모델이 여전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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