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한국 항공사들의 부정기 항공편(전세기) 운항 신청을 모두 불허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초비상에 걸렸다. LCC업계는 향후 한·중간 항공자유화 전면시행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양국 항공사간 경쟁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생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1편)·진에어(1편)·제주항공(6편) 등 국내 항공사들은 지난해 중국민용항공총국에 올해 1월 한·중간 부정기 항공편 취항을 신청했지만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 부정기 항공편이란 정규 항공 노선 외에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노선을 말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부정기편은 제주항공을 비롯,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의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노선이다. 실제 지난해 제주항공의 중국 부정기편 연간 탑승객 규모는 국제선 여객의 1.6%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측의 부정기편 취항 불가 입장이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반적인 항공 정책의 변화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부정기편이 급속도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며 올해부터 중국이 모든 국제선 노선을 정기편으로 바꿀 준비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595조원을 투입해 철도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속철 전장을 3만㎞로 늘리고 전국 주요 도시의 80% 이상을 고속철로 연계할 것이라는 의지다. 내륙운하 및 항만 투자 등도 이어져 국내에서 중국 항공사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중국이 국제선 노선 정책에서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결국 국내선 시장에서 받는 타격을 상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비상이 걸린 LCC는 한·중간 항공자유화 시행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양국은 2006년 항공회담으로 중국 일부 지역에서 항공 자유화가 이뤄진 후 FTA 타결 이후에도 완전한 자유화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가 진출할 수 있는 중국 노선이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부정기편이 더 이상 허가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한중을 오갈 수 있는 항공자유화 시행을 정부서 검토해줄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LCC의 장밋빛 전망이 장기적으로 유효할지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발 부정기편 시장을 뺏기는 것은 물론 자유화 이후 규모의 경제를 중심으로 한 중국 항공사와 경쟁에서 밀려 한국발 국제선 정기편 수요까지 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규모 항공사 중 하나인 춘추항공 조차 항공기가 60여대”라며 “항공사 지분 대부분은 국영기업의 소유 하에 있어 사실상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 요소인 스케줄, 서비스에서도 중국 항공사가 뒤진다는 얘기는 옛말”이라며 “부정기편의 공백을 일본, 동남아 등 새 먹거리로 대체하는 선택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제주항공은 기존 부정기 항공편 6편 등 공백 타격을 설 연휴 오사카와 나고야 등 인기노선의 임시편 편성을 통해 메운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본 노선 역시 포화상태기 때문에 장기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 역시 항공자유화로 인해 장거리 노선 운항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세계를 주름잡았던 싱가포르항공이 중동 항공사들의 공세에 허브 역할을 뺏긴 전례는 국내시장에 적용해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LCC는 중·단거리 노선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며 지난해까지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선은 57%, 국제선의 경우 20%대 점유율을 바라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측의 정책 변화를 기점으로 LCC가 빠르면 올해부터 위기를 맞이할 전망”이라며 “그동안 덩치를 키우는데 집중한 나머지 대부분 비슷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연쇄 위기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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