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의 그림자…고개 드는 '깜깜이 분양'
음성 생극 태경 에코그린 104가구에 청약자 '0'명
청약미달 우려로 사전 홍보비용 최소화위한 편법 조치
분양시장이 지역별 양극화를 보이면서 일부 지방 소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깜깜이 분양'이 다시 성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약 1순위 자격요건이 강화되고, 2순위에도 청약 통장이 필요하게 되면서 입지나 투자가치가 확인된 곳에만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는 청약통장이 모이지 않아 청약미달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분양시장 침체가 극심해지면서 지방에서 소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깜깜이 분양이 등장했다.
깜깜이 분양은 건설사들이 분양사실을 거의 알리지 않고 청약일정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당첨자 추첨 및 계약을 하루 만에 끝내는 등의 편법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미분양을 만든다. 물론 입주자모집공고는 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에 내기 때문에 분양정보를 얻기가 사실상 어렵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부 분양자만 가질 수 있는 인기 동이나 인기 층을 선착순 물량으로 돌려 계약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분양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일반 청약자들은 정정당당하게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방에서 깜깜이 분양을 시행한 사업지를 보면 중소건설사들이 소규모로 분양하는 단지가 대부분이다.
지난 2일 청약을 마친 충북 음성 신양리에서 태경종합건설이 짓는 '음성 생극 태경 에코그린'은 1∼2순위 청약결과,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56~66㎡ 104가구 규모다.
신명종합건설과 다인산업개발이 경북 칠곡에서 선보인 '칠곡 왜관드림뷰'는 지난 2일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깜깜이 분양을 실시했다. 이 아파트는 68가구 모집에 단 10명만이 청약을 했다.
분양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분양정보를 접한 청약대기자 10명이 통장을 사용해 청약한 것 같다"며 "이달말 정식으로 모델하우스 그랜드 오픈과 함께 지역 거주자를 중심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규모 단지들이 '깜깜이 분양'을 진행하는 것은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홍보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이후에 지역 거주자를 타깃으로 홍보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짓고 광고 전단을 뿌리는 비용이 보통 10억원 이상이 든다”며 “이런 비용을 줄이고 나중에 지역 중심으로 영업을 할 인력을 고용해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도 깜깜이 분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차원에서 깜깜이 분양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분양이 안 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입주자모집공고 후 홍보를 최소화해 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앞으로 청약에서 미달되는 단지가 많아질 경우 깜깜이 분양이 성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1순위 청약자격이 강화되고, 2순위 청약에도 통장을 사용하게 돼 부담을 느끼는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청약에 소극적인 모습"이라며 "청약 미달이 지속되는 지방을 중심으로 이와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건설사들도 깜깜이 분양 등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