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규제 전에”…들끓는 분양시장, 불편한 건설사
견본주택에 수만명 인파…“강력한 규제 나올 수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분양 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건설사들이 대선과 징검다리 연휴기간으로 미뤄왔던 분양을 시작한데다 그동안 청약에 관심이 덜했던 수요자들까지 움직이는 모양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개관한 견본주택은 모두 9곳으로, 대부분 수도권에서 분양되며 수 만 명의 예비청약자가 몰렸다. 이달 마지막 주인 다음 주에도 전국 15곳에서 견본주택이 새로 개관하면서 더 많은 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걸포3지구에 짓는 ‘한강메트로자이’(4229가구)는 개관 첫날인 19일 2만여명, 20일 2만3000여명, 21일 2만2000여명(추정) 등 사흘간 6만5000여명이 내방했다.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견본주택 입장부터 내부 유닛 관람 및 상담까지는 3시간 가량이 소요되기도 했다.
같은 날 대우건설이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구역내 공동 1BL 일대에 공급하는 ‘인천 논현 푸르지오’ 견본주택에도 개관 1시간 만에 1000여명이 몰리며 인파행렬을 이뤘다. 주말까지 3일 동안에는 약 2만5000여명이 방문했다.
SK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이는 ‘보라매 SK뷰’ 견본주택에도 주말 3일 동안 4만7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견본주택으로 몰린 예비청약자들의 관심만큼이나 청약경쟁률도 높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 아파트는 지난 17일 1순위 청약 마감 결과, 154가구 모집에 4만3129명이 몰리면서 평균 280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별로는 84㎡A 타입이 618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이어 84㎡C 283.5대 1, 98㎡B 273.6대 1, 84㎡B 241.8대 1 등의 순으로 모든 평면에서 수요자의 관심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새 정부가 당분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면서 그간 관망했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리서치 팀장은 “그동안 2~3주 정도 대선과 연휴로 미뤄졌던 분양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큰 정책변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지와 상품성 등이 좋은 상품 위주로 청약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어느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도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은 각 부처 장·차관 인선 등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다음 달에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설의 공약인 공공임대 공급 확대와 도시재생뉴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의 주요 정책 이슈는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투자열기가 과열돼 집값이 계속 상승한다면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문 대통령 공약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윤 연구원은 “새 정부가 출범한지 1주일가량 지났기 때문에 아직 부동산 정책을 원인으로 아파트 시세가 움직이기는 어려운 모양새”라며 “새 정부 정책 요인은 아직까지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권 팀장은 “지금 상황에서 당장 특정 규제를 꺼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규제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며 “특히 강남 재건축 등과 같이 투기가 과열되는 곳은 규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양상이 지속될 경우 정부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킬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수도 있다. 때문에 당장 분양을 서두르고 있는 건설업체들 역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 강남 재건축 시행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정책이 서민주거안정과 부동산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주거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강남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강력한 규제책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이러한 시장 열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고 아직 부동산 정책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 분위기가 활기를 띄고 있다”면서도 “분위기가 나빠지기 전에 분양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어느 정도 대출 규제도 예상되고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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