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청약 미달에 아파트값 '뚝뚝'…미분양 대란 예고
지방 아파트값 24주 연속 하락…미분양은 5년만에 최고치
대통령 선거 이후 그간 밀렸던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수많은 청약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하지만 지방의 일부 비인기 단지에서는 미달이 속출하는 등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30일 금융결제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하는 '보라매 SK뷰'는 지난 24일 1순위 청약접수 결과 527가구 모집에 1만4589명이 몰리면서 평균 27.7대 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마감됐다. 2가구뿐인 전용면적 70㎡ 주택형에는 212명이 몰리며 106.0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5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경기도 김포시 걸포3지구 '한강메트로자이'는 1·2단지 322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3049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7.1대 1로 마감했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구역내 1블록에 공급되는 '인천 논현 푸르지오'도 최고 15.60대 1, 평균 1.8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해 1순위 내 청약 마감을 가뿐히 성공했다.
하지만 지방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충북 충주에서 분양한 '충주 호암 힐데스하임'은 1순위 청약접수 결과 867가구 모집에 254명만 청약에 나서 0.29 대 1로 미달됐다. 지난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인 제주도에서도 '서귀포 화순 블루팰리스'가 47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단 2명만이 청약을 신청했다.
이어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석전동 다움아파트 역시 68가구 모집에 25명이 청약 접수하며 0.36대 1로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김해율하 S3블록 시티 프라디움도 전용 84㎡ 주택형만 1순위 마감에 성공했을 뿐 전용 128㎡은 150가구 이상 청약자를 찾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KB주택시장 주간동향에 의하면 지난 22일 기준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를 기록하며 24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0.02%)이 10주 연속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청약 부진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미분양주택 수는 지난 2013년 고점을 찍은 뒤 점차 줄고 있지만, 지방은 전 고점인 2012년 말 4만2288가구를 넘어섰다.
4월 지방 미분양주택은 4만3144가구로 전월(631가구) 대비 1.5% 증가하며 2012년 12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기존 미분양 물량 중 3361가구가 해소됐지만 신규 미분양(3992가구)이 늘어났다.
이와 반대로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2년(연말 기준) 3481가구를 나타낸 이후 2013년 3157가구, 2014년 1356가구, 2015년 494가구, 2016년 274가구로 줄었다. 올 들어서도 감소세가 지속되며 4월 말에는 전월(43가구) 대비 21.5% 감소한 157가구만이 남아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지역 건설업체는 최악의 미분양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분양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 센터장은 "대출 심사가 강화되고 각종 부동산 규제들이 겹칠수록 입지 등에 따른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은 더욱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기침체와 함께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을 겪은 일부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주택 소비 여력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워지면서 수도권과는 달리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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