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걱정 없는 화장품 ODM·OEM 시장…'제품 직접 생산' 늘어
화장품시장 침체에도 ODM·OEM은 꾸준히 성장…'사드'엔 해외 고객사 늘려 대응
후발주자들도 잇따라 공장 설립…K뷰티 기술력으로 위기 극복 시도
국내 화장품 업계에 불황이 불어닥친 가운데 화장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시장은 오히려 훈풍이 불고 있다.
OEM은 주문업체가 원하는대로 제조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고, ODM은 반대로 제조업체가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사에 판매를 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초반 로드숍들이 빠르게 자리잡은 배경에도 OEM·ODM 회사들의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국내 화장품 OEM·ODM 시장 규모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40.2%를 차지했다. 2013년 30.4%에 비하면 3년 새 10%p 성장한 수치다. 국내 화장품 시장 전체가 고전을 겪고 있는 데 비하면 연평균 두 자릿수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2015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70억달러였는데 이 중 OEM·ODM 시장은 501억달러로, 약 30%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ODM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콜마, 코스맥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실적이 꺾이면서 이들 업체에도 영향이 없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매출을 적극 늘리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북미 ODM 사업 매출을 늘려 지난해 전체 매출 6675억원의 15% 수준인 글로벌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최대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북미와 남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2018년까지 화장품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법인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할랄 화장품을 생산해 동남아 화장품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확장세에 따라 후발주자들도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신세계와 글로벌 ODM 업체 인터코스가 합작해서 세운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는 지난해 경기도 오산 공장을 짓고 지난 2월 가동을 시작했다. 패션업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지 5년 만이다. 화장품 브랜드 인수를 넘어 ODM 공장을 마련해 제조와 유통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계산이다.
로드숍 토니모리 자회사인 메가코스도 지난 5월 경기도 화성에 제조공장을 준공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허가를 받아 OEM·ODM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5월 화성시 바이오밸리에 생산공장을 착공했으며 200억원 가량의 공사비를 투입했다. 메가코스는 중국 저장성 평호에도 신축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평호 공장이 완공되면 토니모리는 국내외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잇츠한불도 중국 후저우에 공장을 건립해 현지 정부의 준공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ODM·OEM 사업을 펼치고 있는 잇츠한불은 충북 공장에서 연간 5000만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후저우 공장에서는 향후 3500만개 이상의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OEM·ODM 사업은 고가의 설비투자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있지만 전체 화장품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로선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나라별로 다른 규제나 문화도 걸림돌이 될 수 있겠지만 K-뷰티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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