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 특별검사에 착수하자 은행권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게티이미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 특별검사에 착수하자 은행권이 당혹감 속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동안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계좌를 공급해왔을 뿐인데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서다. 특히 잇따른 정부 대책에도 가상화폐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데다 은행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검사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KDB산업 등 6개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돌입했다.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자금 세탁 방지 의무와 실명확인시스템 운영 현황이 점검 대상이다.
입금계좌와 가상계좌의 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전산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없으면 거래중단(계좌 폐쇄) 절차가 마련·운영되는지 등을 따질 계획이다.
이들 6개 은행에 가상화폐 거래소 법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는 지난달 말 기준 111개, 잔액 규모는 약 2조원이다. 각 계좌는 최대 수백만 개의 가상계좌를 파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검사에서 은행이 자금 세탁 방지 의무 등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을 받게 된다. 법령에 따라 과태료 등 금전 제재와 임직원 해임 등 신분 제재가 가해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계좌 폐쇄도 있다.
은행권은 지난 5일 금감원으로부터 40개 이상의 체크리스트를 전달받고 이행 여부를 작성하는 등 점검에 응하고 있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응해 왔는데 은행이 마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처럼 비판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말 정부 대책에 따라 가상계좌 신규 발급과 기존 가상계좌의 신규 회원 추가를 차단했으며, 기존 거래자는 이달 중 실명 전환할 계획이다. 실명 전환 이후 기존의 가상계좌는 출금만 가능할 뿐 입금이 차단된다. 주민등록번호 등이 확인되는 자행 입·출금만 가능하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난달 정부 특별 대책에 따라 가상계좌 신규 발급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아닌 가상화폐 계좌에 고강도 특별검사에 나서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B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잇단 규제에도 가상화폐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며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비교적 빨리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규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대처가 늦은 감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을 은행권에 전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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