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단독] 고급브랜드 아파트?…일부는 빛좋은 개살구


입력 2018.04.03 16:30 수정 2018.04.04 08:10        이정윤 기자

고급브랜드 소음등급, 일반아파트와 같거나 더 낮기도

건설사 “건축비 등 문제로 시행사 의지 중요한 부분”

전문가 “고급재료보다 책임시공 하려는 자세 필요해”

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단지 현장 전경. ⓒ데일리안

주요 입지들을 중심으로 우수한 분양성적을 거두고 있는 고급브랜드 아파트. 고급브랜드 아파트는 우수한 마감재와 인테리어로 호텔급 내부뿐만 아니라 최상급 조경,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등 일반 아파트와 크게 차별화 돼 있다.

이들 아파트는 대형건설사들이 자신있게 내놓는 상품인 만큼, 최고급 품질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와 신뢰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급브랜드 아파트가 모든 면에서 일반 아파트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추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일부 대단지 고급브랜드 아파트의 소음등급을 조사한 결과 일반 아파트에 비해 등급이 낮은 곳도 있었다.

100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사업주체는 분양 시 입주자모집공고에 전문 평가기관이 측정한 주택성능을 소음, 구조, 환경 등 분야별 1~4등급으로 나눠 표시해야 한다.

A대형건설사 설계부문 연구원은 “수천 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뛰는 소리’, ‘발걸음 소리’로 분류되는 중량충격음이 전체 층간소음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며 “보통 고급브랜드는 중량충격음 2등급, 일반브랜드는 중량 3~4등급 정도로 설계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량충격음은 장난감 등 위에서 물건을 떨어뜨리는 충격에 발생하는 소음, 중량충격음은 아이들이 집에서 뛸 때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층간소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중량충격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아파트 소음등급, 일반아파트와 동일하거나 더 낮은 경우도

그런데 쾌적한 주거환경 중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소음 분야에 있어 고급브랜드 아파트가 일반 아파트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수준인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의 경우 일반브랜드 아파트 ‘힐스테이트’와 고급브랜드 ‘디에이치’를 제공한다.

지난달 30일에 분양에 들어간 ‘힐스테이트 리버시티’는 공동주택성능등급 소음 부문에서 ▲경량충격음 3등급 ▲중량충격음 4등급 ▲세대간 경계벽 차음 1등급 ▲교통소음 4등급 ▲화장실 급배수 소음 3등급 등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고급브랜드 이름을 달고 나왔음에도 일반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리버시티’와 동일한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우건설은 일반브랜드 아파트 ‘푸르지오’와 고급브랜드 ‘푸르지오써밋’을 갖고 있다.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는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2등급 ▲세대간 경계벽 차음 1등급 ▲교통소음 4등급 ▲화장실 급배수 소음 3등급 등으로 경‧중량충격음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았다.

반면 올해 초 분양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경량충격음 3등급 ▲중량충격음 4등급 ▲세대간 경계벽 차음 1등급 ▲교통소음 1등급 ▲화장실 급배수 소음 4등급 등으로, 일반 아파트인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B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기둥식구조와 무량판구조가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 차단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건축비가 많이 든다”며 “때문에 어떤 구조로 아파트를 지을지는 보통 조합과 같은 시행사의 의지에 달려있는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기둥식(라멘)구조의 경우 층간소음이 기둥보, 즉 뼈대만 타고 이웃집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벽식구조는 소음이 벽체를 타고 전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박스 위를 두드릴 경우 박스 전체가 울리게 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또 다른 C건설사 관계자는 “층간소음이라는 게 여러 사항이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단순히 뱅머신(바닥충격음 측정 기계)으로 측정한 등급을 무조건 수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약간의 등급 차이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크게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법적 제한 한계 있어…고급재료보단 책임시공 절실

그러나 설계 관련 전문가들은 소음 등급 간 차이는 실제로 체감되는 수준이며, 건설사들의 책임시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설계 전문가는 “1등급이라고 해서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는 건 아니지만, 4등급과 3등급 간에도 소음 격차가 분명히 체감되는 수준이다”라며 “소음등급 측정을 위해 만들어진 실험동 설계만큼만 실제 시공에 적용된다 해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의 절반가량이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택성능 등급을 받기 위해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실험동 설계와 동일하게 실제 현장에도 적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친환경 고품질 식재료로 만든다고 해서 음식이 무조건 맛있는 게 아닌 것처럼 얼마나 정성을 들여 조화롭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건데 아파트 건축도 마찬가지다”라며 “제도적 제한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건설업체들의 책임시공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벽식구조는 210mm 이상, 기둥식(라멘)구조는 150mm 이상, 무량판구조는 180mm 이상으로 바닥 슬래브 두께를 고시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정윤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