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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성 강화한 '혁신형 제약사' 기준…"기업 옥죄기 우려"


입력 2018.04.05 06:00 수정 2018.04.04 21:31        손현진 기자

'윤리성' 항목 강화…"쓰리아웃에서 투아웃으로"

개정안 4월 중 시행 예정…리베이트 항목 관련 논란은 '진행 중'

보건복지부가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 평가를 강화한 '혁신형 제약기업' 관리 기준을 내놨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보건복지부가 제약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 평가를 강화한 '혁신형 제약기업' 관리 기준을 내놨다. 업계는 이같은 제도 개선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항목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보건복지부는 제약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 요건, 인증 취소 기준 등을 확대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고시를 개정 추진한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제시한 개정안은 지난 3일까지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쳤으며 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신약개발 R&D(연구개발) 역량과 해외 진출 성과 등이 우수하다고 인증 받은 기업을 말한다. 복지부가 국내 제약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을 육성하고자 2012년부터 시행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와 약가 협상시 약가 우대, 정부 R&D 참가시 가점 부여, 연구시설 입지 규제 완화 및 부담금 면제, R&D 비용에 대한 법인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은 ▲인적·물적 투입 자원의 우수성 ▲신약 연구개발 활동의 우수성 ▲기술적·경제적 성과의 우수성과 국민보건 향상에 대한 기여도 ▲외부감사의 대상 여부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사항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등 6개 분야다.

이번 개정안은 이 중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기준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우선 현행 인증 취소 기준인 '과징금(500만원 이상~6억원)'을 '리베이트액(500만원 이상)'으로, 횟수는 3회에서 2회 이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기업 임원이 횡령·배임·주가조작 및 임직원에 대한 폭행·성범죄 등을 저질러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았을 경우, 3년간 인증을 받지 못하게 하거나 인증을 취소하는 세부지표도 신설했다. 기존에는 허위 신청을 했을 경우에만 3년간 인증을 제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마련됐으며, 관계기관 의견 수렴 및 제약기업 설명회, 제약산업 육성·지원 심의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4월 중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월까지 진행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재평가와 하반기 신규 인증 때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한번 인증을 받으면 3년의 유효기간이 주어지며, 재평가에 따라 3년간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총 44개의 혁신형 제약기업 중 올해 34개사가 재평가를 앞두고 있다.

복지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서 리베이트 관련 항목이 강화됐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업체들은 국민세금을 투입하는 공공지원 대상이기 때문에, 기업 활동의 윤리성을 까다롭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업계 안팎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15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7월 한 제약사 회장의 폭언 사건 이후, 우리당 정책위는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서 사회적 책임과 윤리기준을 강화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며 "이번 조치는 당의 지적과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 입법을 추진한 것으로 적극 환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윤리경영을 제도화하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개정안에서 리베이트 관련 항목이 강화된 것에 대해서는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우선 회사 차원에서 윤리경영을 노력하더라도 모든 영업사원의 일탈 행위까지 미리 막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22일 국내외 제약사를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가 아무리 리베이트 방지를 노력해도 한 개인이 저지르는 리베이트가 두 번 발생하면 인증이 취소되도록 한 개정안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적발 횟수가 시간이 지나도 소멸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 아웃' 제도가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리베이트 산정 '시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개정안은 리베이트 행위가 이뤄진 시점이 아니라,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진 시점'에 근거해 총 횟수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행정처분 시점에 따르는 방식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기 전에 일어난 행위로도 향후 인증 취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리베이트 사건 판결이 1, 2심을 거쳐 최종심까지 갈 경우 신규 인증이나 재인증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영 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장은 "혁신형 제약사 평가는 최종적으로 인증심사위원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경직된 판단이 나오지 않도록 충분한 소명기회를 거친다"며 "제약기업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으나, 개정안 내용을 변경하는 데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복지부는 리베이트 행위에 연루된 의약품에 대해 평균 8.38%의 약가인하 조치까지 실시하면서 일부 제약사들과 법적 공방까지 예고하고 있다.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묻는 수준을 넘어 기업 옥죄기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 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평가에 윤리적 측면을 강화하는 것은 충분히 동의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제도에 따라 전사적인 윤리경영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또한 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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