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 둘러싸고 지자체만 으르렁…당국은 무관심

배근미 기자

입력 2018.10.10 16:09  수정 2018.10.10 16:49

“부산 활성화나 제대로” vs “대통령공약 이행돼야” 공기업 이전 ‘불길’

‘금융중심지 TF’ 올해 한 차례 그쳐…당국 무관심 속 경쟁력지수 후퇴

대한민국을 대표할 국제금융도시를 만들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중심지 활성화 정책을 둘러싸고 ‘제2금융중심지’ 부산과 ‘제3금융중심지’를 꿈꾸는 전북지역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제3금융중심지 선정이 금융공공기관 이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율해야 할 금융당국은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경쟁력 후퇴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데일리안

대한민국을 대표할 국제금융도시를 만들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중심지 활성화 정책을 둘러싸고 ‘제2금융중심지’ 부산과 ‘제3금융중심지’를 꿈꾸는 전북지역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제3금융중심지 선정이 금융공공기관 이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율해야 할 금융당국이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경쟁력 후퇴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산 활성화나 제대로” vs “대통령공약 이행돼야” 공기업 이전 ‘불길’

10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국회에서 진행될 국정감사에서는 ‘금융중심지 육성’과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제3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문제를 둘러싼 두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각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나선 것이다.

‘제3금융중심지’ 이슈는 지난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전북혁신도시를 서울과 부산에 이은 금융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금융연구원을 통해 ‘금융중심지 추진 전략 수립 및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섰고, 전북도 역시 금융공기업 이전 유치를 위한 금융타운 종합개발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점화됐다.

일찌감치 금융중심지로 선정된 부산은 ‘제3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여전히 부산지역 내 금융중심지 활성화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또다른 금융중심지 지정은 결국 공멸을 가져올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부산상공회의소가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대한 항의성명을 발표했고 김해영,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 추진을 예고하기도 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정무위원장 출신 자유한국당 이진복 의원 또한 이달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종구 위원장을 상대로 “부산을 제2금융중심지로 지정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몇몇 금융공기업만 이전한 것이 전부”라며 “외국계 기관은 물론 국내 증권사 한 곳도 이전한 곳 없이 지지부진한데 정부가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을 고사시키려고 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전북은 이같은 부산지역의 움직임에 금융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고 판단하고 “대통령 공약 사항인 제3금융중심지 육성 공약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부산은 선박금융과 파생상품 등에 특화된 곳이고, 전북은 연기금 및 농생명 특화 금융거점으로의 중심지 지정을 추진 중인 만큼 그 결이 다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부산지역의 반대는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지역이기주의이자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중심지 TF’ 올해 한 차례 그쳐…당국 무관심 속 경쟁력지수 후퇴

이처럼 금융중심지 선정과 금융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각 지역 간 '동상이몽' 속에서 정책을 총괄해야 할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며 월 1회씩 개최하기로 한 ‘금융중심지 활성화 TF’가 올들어 단 한 차례 개최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한 차례 열린 TF에서조차 새로운 내용에 대한 논의가 아닌 그간의 논의사항을 공유하고 자유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격주로 열리는 분과별 활동을 통해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과 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이 역시도 지난해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현재는 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이 이처럼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국내 글로벌 금융분야 경쟁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IC)'에 따르면 서울은 6개월 전보다 6개단 하락한 33위를 기록했다. 부산은 지난 3월보다 순위가 소폭 상승(46위→44위)했으나 지난 2005년 24위를 정점으로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 금융당국의 금융중심지 정책과 관련해 정책적 의지나 장기적 방향이 담기지 못했고, 그 내용 역시 포괄적이라며 정책 과정에서의 미흡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사처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기관 1명, 사무관 2명, 주무관 1명 뿐인 기구로 실질적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전 차수의 계획에 대한 실행여부를 평가하고 실질적인 이행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전년도 4분기가 아닌 최소한 1년 전에는 기본안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선제적인 구상안 확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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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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