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봉투값 받기 미안하다"…단속과 생계 사이, 난감한 전통시장 상인들

최승근 기자

입력 2018.11.06 06:00  수정 2018.11.06 06:04

비닐봉투 유상 판매 모르는 소비자 많아…“단골 장사인데 봉투 값 요구 어려워”

1회용품 줄이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중요, 단속만으론 한계

서울 망원시장을 찾은 시민이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 가는 모습.ⓒ데일리안

“전통시장들은 대부분 단골손님을 보고 장사를 하는데 몇 십원짜리 봉투값 받자고 손님과 문제를 일으키겠나. 사실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서울시가 대규모점포, 도‧소매업 등을 대상으로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금지 이행여부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첫날 전통시장에서는 여전히 무상으로 비닐봉투를 제공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찾은 마포구 망원시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공영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을 보러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아이 엄마부터 대학생 커플, 중년의 아주머니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통점이 하나 보였다. 하나 같이 한쪽 손에는 검은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던 것.

서울 망원시장 내 점포 벽에 걸려 있는 1회용 비닐봉투.ⓒ데일리안

망원시장에서는 시장은 찾은 시민들에게 보증금 500원을 받고 장바구니를 빌려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바구니를 든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채소를 파는 가게, 과일을 파는 가게, 반찬을 파는 가게 등은 모두 검은색 혹은 파랑색, 연두색 비닐봉투를 벽 한쪽에 가득 걸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40여분 간 시장을 둘러봤지만 별도로 비닐봉투 값을 요구하는 상인은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으레 당연하다는 듯 시민들이 고른 물건은 비닐봉투에 담아주고 있었다.

망원시장은 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보증금을 받고 장바구니를 빌려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데일리안

망원시장에서 10년 넘게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상인 A씨는 “정부가 1회용품 사용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시장을 찾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비닐봉투 값을 별도로 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 소비자들에게 봉투 값을 달라고 하면 우리 가게만 손님만 떨어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망원시장이야 TV에도 많이 나와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다른 전통시장들은 거의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할텐데 단골손님들한테 봉투값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며 “환경보호도 좋지만 우리 같이 장사하는 사람들 사정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생선가게나 정육점에서는 간혹 봉투 두 개를 사용해 이중으로 담아주는 곳도 보였다.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에서는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접시에 1회용 봉투를 씌워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곳도 여전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접시에 비닐봉투를 씌워 음식을 제공하는 분식집.ⓒ데일리안

지난달 서울시와 서울시 상인연합회는 1회용 비닐봉투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전통시장 내 장바구니 및 재생종이봉투 등의 사용 활성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서울시 전통시장 한마음 체육대회와 함께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서울시상인연합회 158개 회원 시장 상인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행사에 참석했다는 한 상인은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이상 상인들이 먼저 나서서 봉투값을 달라, 장바구니를 쓰시라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정부의 1회용품 줄이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에 대한 집중 단속 보다는 시민들의 계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된 단속으로 과태료를 물릴 경우 주춤은 하겠지만 상인들도 생계가 달려 있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장에서 상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제과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경우 대기업 본사에서 비닐봉투 유상판매 또는 종이봉투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데 직접 소비자들은 대면하고 있는 가맹점에서는 봉투 값을 가지고 손님들과 실랑이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본사로부터 유상판매 지시가 있었지만 한 동안은 비용을 받지 않고 봉투를 제공했다”며 “얼마 전 소비자로부터 신고가 들어가 적발된 이후부터는 값을 따로 받고 있는데 여전히 무료로 달라는 손님들이 있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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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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