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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뮤지컬 '호프' 어떻게 다뤘나


입력 2018.12.04 17:49 수정 2018.12.04 17:49        이한철 기자
뮤지컬 'HOPE :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클로즈업 포스터. ⓒ 알앤디웍스

내년 1월 초연을 확정 짓고 캐스팅을 공개한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HOPE)'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HOPE'는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창작 뮤지컬이다.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는 20세기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손꼽지만 살아생전 빛을 보지는 못했다. 사후 그의 작품이 재평가되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며 그의 미발표 원고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했지만 그의 친구이자 작가였던 막스 브로트는 유언을 따르지 않고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해 '소송', '아메리카', '성'을 출간했다.

브로트는 자신의 비서 에스더 호프와 함께 출간된 작품 외에도 카프카의 미완성 작품과 편지 등을 보관했다. 브로트가 숨지면서 에스더에게 원고 일체를 전달했고, 원고를 간직해 온 에스더 역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두 딸에게 원고를 유산으로 남겼다.

에스더의 죽음 이후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이 본격적으로 카프카 원고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에바 호프와의 재판이 시작됐다.

'HOPE'는 실제 사건과 동일하게 현대 문학 거장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호프의 재판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극을 진행한다.

실제 재판이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호프 중 누가 원고 소유의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의 관점이라면 뮤지컬 'HOPE'는 이 원고가 대체 무엇이길래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호프가 원고를 지켜왔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스토리 역시 호프가 어떻게 원고를 만나게 됐는지, 원고 때문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결국 원고가 호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됐는지를 그리며 호프의 전 생애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

한평생을 외딴 섬 혹은 이방인처럼 외롭게 살았던 사람, 사후 재평가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프란츠 카프카는 현대 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으로 재탄생했다. 그가 실제로 극에 등장하진 않지만 그가 썼던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K는 쓰여졌지만 한 번도 읽히지 않은 원고, 그 누구도 들여다 보지 않은 인생의 주인공을 대변한다.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심의를 맡은 심의위원들은 지난 4월 쇼케이스 관람 후 "서사는 법정극의 형태로 진행되는데, 카프카의 원고를 의인화하여 배우가 표현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는 평을 내렸다. 쇼케이스에 이어 본 공연에서도 K역을 맡은 배우 조형균 역시"책을 연기한다는 점이 배우 입장에서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워 출연을 결심하게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처럼 뮤지컬 'HOPE'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를 재구성해 특유의 독창성을 완성한다.

처음으로 카프카의 원고를 맡은 막스 브로트와 그의 비서 에스더는 극 중 베르트와 마리로 등장하며 여기에 새롭게 창조된 인물 카델이 추가됐다. 이들의 이야기는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이들이 어떻게 원고를 지켜왔는가에 대한 극적 재구성으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지난 4월 쇼케이스에 이어 본 공연에도 참여하는 카델 역의 배우 이승헌은 "뮤지컬 'HOPE'는 영화 같은 스토리 전개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집필을 담당한 강남 작가는 호프와 K를 비롯해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두고 "전쟁을 관통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삶의 가치를 원고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이들의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쟁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길 바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뮤지컬 'HOPE'는 오랜 세월 전쟁과 세대를 넘어 지켜져 온 원고와 호프의 일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극 중 등장하는 호프와 K, 마리, 베르트, 카델을 통해 '너는 너 자신일 때 가장 빛나는 존재이며, 너 자신을 위해 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의 감정선, 심도 있는 스토리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HOPE'는 내년 1월 9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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