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대타’ KIA 김기태 감독, 7년 전 잊었나
마무리 정우람 등판하자 투수로 타자 교체
7년 전 LG 시절에도 같은 지시로 징계
9회말 6점차. 갑작스러운 마무리 투수 등판에 투수가 대타로 들어섰다.
KIA는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한화와의 홈경기서 7-13으로 패했다. 개막 후 3연패에 빠진 KIA는 kt와 함께 공동 9위로 처졌다.
이날 논란이 된 장면은 9회말 KIA의 마지막 공격 때 나왔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마무리 정우람을 등판시켰다. 그러자 KIA 김기태 감독은 타석에 서있던 황대인을 불러들이고 대타를 투입했다. 타석에 선 타자는 불펜에서 대기하던 투수 문경찬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문경찬은 타석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정우람의 공을 지켜보기만 했고 허무하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불문율과 관련된 김기태 감독의 무언의 항의 표시였다. 즉, 점수차가 6점으로 벌어져 이미 승패가 기운 상황에서 굳이 마무리 투수를 올려야 하는가란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한용덕 감독은 “개막 후 정우람의 실전 등판이 없어 점검 차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기태 감독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정우람의 등판은 야구 규칙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감독은 경기 전 신고한 출전 선수 명단 내에서 얼마든지 선수를 투입시킬 수 있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의 등판이 기분 나쁜 이유 또한 납득가지 않는다. 야구는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거나, 상대의 허락을 구해 선수 교체를 하는 종목이 아니다.
만약 김기태 감독이 마무리 투수 투입에 모멸감을 느꼈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한 화풀이로 애먼 투수를 타석에 세웠다. 어리둥절한 채 프로 데뷔 첫 타석을 삼진으로 물러나 모멸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문경찬의 심경은 고려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다. 김기태 감독은 LG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12년 9월, SK와의 경기서 이와 똑같은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야구규약에 의거해 KBO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KBO는 징계를 내리면서 “9회말 경기 중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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