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도 헷갈리는 '지연인출제도' 강화한다는데

박유진 기자

입력 2019.06.02 06:00  수정 2019.06.02 07:02

지연인출제도…1시간 인출 지연 논의

제도 강화 좋지만 홍보 부족 등은 문제

지연인출제도…1시간 인출 지연 논의
제도 강화 좋지만 홍보 부족 등은 문제


ⓒ픽사베이

#. 직장인 박모(31세)씨는 주말을 틈타 이사를 하던 중 은행 자동화기기(ATM) 앞에서 화들짝 놀랐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은 직후 계좌이체를 실행했더니 '30분 지연인출이체대상'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더이상의 거래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당황한 박 씨는 은행 콜센터에 전화해 거래 정지 이유를 물었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100만원 이상을 송금받은 경우 그로부터 30분간 출금이 불가능하니 30분간 현장에서 기다리거나 인터넷뱅킹을 진행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박 씨는 지연인출제도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 차원에서 탄생한 '지연인출제도'가 올해로 시행 8년 차를 맞았다. 지연인출제도란 100만원 이상을 송금받은 계좌에 한해 30분간 ATM에서 출금 및 이체를 정지시키는 것이다. 소비자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보내게 된 경우 범죄 조직이 돈을 빠르게 찾지 못하게 하고자 마련됐다. 2012년 시행된 이 제도는 도입 초기 300만원 이상 송금 시 10분 동안 인출이 되지 않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효과가 뛰어나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되면서 2015년 추가 개선돼 오늘의 방식에 이르렀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관련 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도만 고치려 해 문제가 지적된다. 여전히 소비자들 중에는 지연인출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현장에 있는 은행 직원들조차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현재 이 제도의 홍보는 은행 영업점 내에 포스터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인데 금융사마다 알려야 할 홍보물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 여의도 소재 A시중은행에서 만난 영업점 직원은 "은행에서 근무하지만 가끔 관련 제도를 잊어버리고 거래를 진행할 때가 있다"며 "손님들 중에서도 제도를 모른 채 거래를 시도했다가 뒤늦게 창구에 쫓아와 업무를 볼 때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여의도 소재 시중은행 5곳을 방문해 지연인출제도 홍보물을 찾아본 결과 1곳에서만 안내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데일리안 박유진 기자

보이스피싱의 특성상 돈을 보내놓고 보면 그때부터는 돈을 되돌려받기란 힘든 게 현실이다. '골든타임'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 같은 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해 섣불리 강화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를 모르던 소비자들이 금융거래 중단을 겪으면서 일어난 사회적 문제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연세대학교에 합격한 수험생이 관련 제도 때문에 합격을 취소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범죄와 관련 없는 거래의 경우 연휴 등에는 구제 방법 없이 30분을 대기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제도적 한계로 꼽힌다. 급한 금전거래일 경우 시간이 지연돼 피해를 보는 사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 본인 확인이 돼도 ATM에서 거래 정지를 해제하는 방법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된 만큼 홍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은행마다 안내가 미흡한 건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청할 방침으로 지연인출 대상 확인 시 ATM 기계 상에서 저절로 거래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기능을 자동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