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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잔치는 끝났나"…'위기의 K뷰티'


입력 2019.07.27 06:00 수정 2019.07.26 21:10        이은정 기자

중저가는 中에, 럭셔리는 日에 고전

중국 현지 업체 상향 평준화로 입지 흔들

중저가는 中에, 럭셔리는 日에 고전
중국 현지 업체 상향 평준화로 입지 흔들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로 한국이 '잃어버린 2년'을 보내는 동안 글로벌 브랜드가 치고 들어왔고, 중국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 바이췌링. ⓒ바이췌링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로 한국이 '잃어버린 2년'을 보내는 동안 글로벌 브랜드가 치고 들어왔고, 중국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K뷰티는 2000년대 초 중저가 제품을 필두로 중국 화장품 시장을 지배했다. 미샤,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이 K뷰티 돌풍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중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후, 오휘 등 프리미엄 브랜드뿐이다.

◆한국 제품 치고 올라오는 중국 중저가 화장품

최근 K뷰티가 중국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현지 업체의 상향 평준화 때문이다. 값싸고 품질 좋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이미 중국 현지 기업들에 넘어갔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와 LG생활건강의 '후'는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쳐 각각 37위, 46위에 그쳤다.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 화장품의 광고와 마케팅이 제한됐고, 직구도 규제가 생겼다. 그 사이 중국의 로컬 화장품 브랜드들은 업그레이드됐다.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기술력을 지닌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품질이 좋은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 바이췌링(百雀羚)은 지난해 중국 쇼핑몰 티몰에서 화장품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바이췌링은 한국 코스맥스에 제조와 개발을 맡기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유사하게 자연주의 화장품을 강조하는 원리프(One-Leaf)는 중국 내에서 이니스프리 매출을 뛰어넘었다. 어설픈 ‘따라하기’ 수준이던 제품의 질이 높아지자 한국 제품보다 인기가 많아진 것이다.

중국 내 중저가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브랜드들은 매출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마몽드 등 중저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중저가 제품이 대다수인 더페이스샵의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대신 중국 내 뷰티 전문매장에 입점시켜 비용을 줄였고, 숨, 오휘 후 등 최고급 브랜드 판매에 주력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올 2분기 주요 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현지 판매부진과 면세 성장률 둔화로 인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국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또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4분기 매출 1조8325억원, 영업이익 3015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9%, 12.8% 성장했다.

◆럭셔리 시장은 일본 브랜드 제품이 장악

K뷰티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또 다른 시장은 중국 내 럭셔리 시장이다. 시세이도와 슈에무라, SK-Ⅱ 등 일본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 특히 시세이도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20% 낮추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이후로 한국 브랜드들이 부진한 사이 일본 화장품 브랜드들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면서 “사드 사태로 한국 대신 일본으로 여행을 간 중국 여행객들이 일본 화장품을 사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저가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티몰, 징둥닷컴 등 온라인 채널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을 넘어 동남아, 중동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중동에 진출했고, LG생활건강은 일본·미국 등에 이어 캐나다, 남미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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