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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까지 중국에 내줘야 하나”…장류도 생계형 적합업종 '시끌'


입력 2019.09.10 06:00 수정 2019.09.09 17:43        최승근 기자

인수, 사업 진출, 투자 확대 등 제한…“전통식품 해외서 팔라는 꼴”

‘규제 사각지대’ 외국계 기업만 배불리는 꼴, 제과점업 사례로 증명

인수, 사업 진출, 투자 확대 등 제한…“전통식품 해외서 팔라는 꼴”
‘규제 사각지대’ 외국계 기업만 배불리는 꼴, 제과점업 사례로 증명


서울 시내 대형 할인점의 장류 매대 모습.ⓒ최승근 기자 서울 시내 대형 할인점의 장류 매대 모습.ⓒ최승근 기자

'장류 및 두부제조업'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두고 식품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 관련 기업 인수합병이나 사업 진출, 투자 확대 등이 제한되고 위반 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 경우 국내 사업은 유지하거나 축소하고 이를 대신해 해외 판매를 늘려야 하는데 전통 장류인 만큼 내수 시장 기반이 필수적 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국산 등 수입산이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안방시장을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5일 '제57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장류제조업(간장·고추장·된장·청국장)과 두부 및 유사식품 제조업(두부) 등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중기부 의결을 거쳐 중기부 장관이 업종을 지정하면 해당 업종에 대해 대기업 등의 사업 진출이나 인수, 확장 등이 제한되고 위반 시에는 해당 기간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관련법이 지난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비해 강제성이 추가됐다.

식품업계는 ‘전통음식인 장류를 해외에서 만들어 현지에서 팔라고 등을 떠미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수 기반이 있어야 이를 통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장류가 발효식품인 점을 감안하면 식품위생관리가 중요하고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소상공인들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된 제과점업의 사례를 인용해 해외 브랜드에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주요 기업의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계 브랜드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과점업의 경우 전년 매장 수의 2% 이내에서만 출점이 가능해지면서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프랑스, 미국, 일본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빠르게 매장을 늘리고 있다.

장류는 전통식품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싼 중국산 등에 안방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이유가 소상공인들의 사업체 규모나 소득이 적어 대기업과의 경쟁이 어렵기 때문인데 결국엔 수입산과 경쟁을 붙이는 꼴”이라며 “국내 기업과 달리 정부 규제도 받지 않는 외국계 기업들은 적합업종 지정을 오히려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음식점업의 상생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5월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대신 주요 외식 대기업 22곳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도입 후 첫 자율적 상생협력 사례로 기록됐다.

협약을 통해 대기업은 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사항을 유지하게 된다. 또 소상공인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레시피 개발, 시장 분석,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교육·훈련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장류를 제조하는 소상공인들의 식품위생관리나 국내외 판로 개척, 신제품 개발 등 기존 사업자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 “대기업을 규제해야만 소상공인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이분법적 시각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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