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기자의 눈] DLF 사태 수습됐지만…은행은 여전히 불완전판매 불감증


입력 2020.02.18 07:00 수정 2020.02.17 21:05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DLF 사태 교훈에도 거듭되는 은행 불완전판매

소비자보호 체계 강화해도 영업 현장선 엇박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투자자들이 서울시 세종대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가입하신 상품은 투자 성향 상담이 진행되지 않아 철회 대상입니다."


얼마 전 한 시중은행 창구서 투자 상품에 가입한 뒤 은행 고객센터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이다. 금융사는 투자 상품을 팔 때 고객이 적극적인 투자를 원하는지 혹은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지 가입자의 성향을 확실히 파악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불완전판매를 당할 뻔 했다는 경고다. 결국 계약은 취소됐다.


이는 단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투자 상품 판매 과정 곳곳엔 허점이 가득했다. 상당수 은행원은 투자위험 1등급의 초고위험 원금 손실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이처럼 가입자의 투자 성향을 분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투자 모집 금액이 마감될 것 같다는 이유로 계약서의 중요사항까지 가입자 대신 체크하는 은행원도 있었다.


이는 최근 금융권을 들쑤신 해외 연계 금리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쇼크에서 문제가 된 불완전판매 케이스들과 판박이다. DLF 사태 이후 은행들은 투자 상품 판매 실태를 개선하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은행 점포에서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진 바 없었던 셈이다. 본점과 현장의 괴리다.


은행들은 불완전판매 혐의 투자 상품에 리콜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의 계약 철회권을 보장하고, 문제가 잦은 영업점엔 투자 상품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들은 모두 판매 후 점검 방식의 성격이 강하다. 사후약방문식 대안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은 일선 판매 직원의 인식까지 개선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불완전판매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는 은행들의 변명이다. 하지만 이를 듣는 소비자로서는 답답함만 커진다. 그럼 도대체 누구를 붙잡고 따져야 하는지 물음표만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은행권은 DLF에 이어 또 한 번 불완전판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고객이 맡긴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고 실토하며 불거진 라임펀드 사태다. 여기에 묶인 돈만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사태의 경우 속내를 들여다보면 DLF와 사뭇 다른 구석이 많다. 이른바 수익률 돌려막기와 폰지 사기 연류 등 금융사기 정황이 짙어 일차적으로는 운용사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은행 역시 라임 펀드를 팔았다며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DLF 역풍으로 신뢰가 바닥까지 실추된 은행들로서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투자자들은 라임 상품의 사기성과 관계없이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팔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사에게 신뢰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존재의 기반이다. 그리고 거듭되는 불완전판매는 이를 갉아먹는 주범이다. 은행들이 안으로 곪은 상처를 도려내지 못하고 매번 배상만을 반복한다면 경영상의 어려움은 물론,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또한 흔들리게 될 것이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박유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