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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침입자' 손원평 감독 "개봉 미뤄지며 마음 비워…완성 자체가 기적"


입력 2020.06.01 16:09 수정 2020.06.01 16:35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영화 '침입자'로 첫 장편 데뷔

"데뷔 20년, 개봉 기적 같아"

'침입자'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침입자'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때는 뭘해도 안 됐어요. 글도 쓰기 힘들었고, 작품을 내놓을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침입자'(6월 4일 개봉)로 상업 영화에 데뷔하는 손원평 감독은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로 유명한 작가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그의 출발은 영화였다.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2001년 영화 잡지 씨네21에 영화 평론가로 데뷔했고, 이후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 여러 단편 영화를 찍었다.


이번 '침입자'를 내놓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견뎠다. 2008년 처음 이야기를 떠올렸고, 마흔 번 넘게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암초까지 만나 개봉을 두 차례나 미뤄야 했다.


1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손 감독은 "영화 한 편을 넘어 (코로나19 시기에 개봉하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됐다"며 "창작자로서 할일을 다 끝내서 담담하다"고 밝혔다.


"감개무량하면서 후련해요. 개봉일이 미뤄지면서 마음을 비웠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러 와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무엇보다 방역이 중요하죠. '침입자'가 향후 개봉하는 작품들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습니다."


'아몬드'를 좋아한 독자라면 손 감독의 따뜻한 드라마를 기대할 법하지만 '침입자'는 스릴러를 표방한다. 영화는 "내 기대와 다른 가족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평소 스릴러를 좋아했다는 손 감독은 "영화 시장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가족에 대한 질문을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출산은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가족이 생긴다는 점에서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겐 특별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같은 주제로 동화, SF소설 등 다채로운 이야기로 썼어요."


'침입자'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침입자' 손원평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속 서진(김무열 분)이 맡은 캐릭터는 유진(송지효 분)에게 계속 당하기만 해 답답하다. 손 감독은 "서진은 떠안은 짐이 많았다"며 "현대 가장을 대표하는 캐릭터인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비밀을 품어야 했고,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책임감이 있으며 경제적인 부분도 짊어져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의 가치가 아직 다 바뀌지 않았는데,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젊은 가장이라서 힘들었을 것"이라며 "김무열 씨가 연기를 잘 해서 너무 처절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진 역의 송지효에 대해선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지효 씨는 극 전체를 담당하면서 순간마다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지효 씨의 서늘한 이미지를 끌어내고 싶었는데 잘했다"고 전했다.


손 감독은 영화 작업을 하며 수차례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영화를 놓을 순 없었다고 했다. 힘들어도 계속 건드릴 수밖에 없는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를 시작하면 잘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아요. 포기하려고 할 때 즈음에 희망고문 같은 걸 당해요(웃음). 제작지원금을 받는다든지, 시나리오를 좋게 봤다는 얘기를 듣죠. 영화 학교 졸업할 때는 상도 받았는데 이후 잘 안됐어요. 채널,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면서 시장의 판도도 변했고요.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어요. 창작하면서 존재 의미를 찾았거든요."


감독은 영화와 소설 힘든 두 가지 분야를 병행하고 있다. 손 감독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영화 작업 외에 홀로 해야 하는 창작 작업에도 흥미를 느낀다"며 "연출부 할 때부터 습작했고, 영화 작업하다 시간이 나면 소설 이야기를 쓰곤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에선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손 감독은 "영화에선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분리돼 있다"며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고, 데뷔하려면 사나리오를 써야 했다"고 고백했다.


주위에서 시나리오를 고치라고 할 때마다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이후 투자를 받아서 개봉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했다. 영화 한 편을 완성하는게 기적이라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스토리텔러인 그의 요즘 화두는 행복이다 .


"영화 한 편 만드는 목표를 이뤘고, 이렇게 영화를 몇 편 더 만들면 인생이 가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면 '나는 행복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요. 행복은 잔잔하고 소소한 부분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 소소한 순간을 잘 포착해내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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