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이 성적 부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사퇴했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서 펼쳐진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홈경기서 2-8 대패한 뒤 "한용덕 감독이 7일 경기 후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의사를 구단에 밝혔다"고 알렸다.
예고된 수순이다.
한화는 지난달 22일 NC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서 5-3으로 승리한 뒤 연패 나락으로 떨어졌다. 14연패 기간 LG와 SK, 키움, NC를 차례로 만났고 대부분의 경기서 대량실점, 득점 가뭄의 엇박자가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성적 부진의 이유와 책임을 한용덕 감독에게만 집중시켜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는 한용덕 감독이 부임하기 이전부터 수년째 얇은 선수층의 고민을 안고 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한화의 마지막 영광 시대는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는데 성공했고 2006년에는 준플레이오프서부터 뚫고 올라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한화다.
거기까지였다. 당시 한화는 송진우를 비롯해 구대성, 정민철 등 이전 세대의 노쇠화가 이미 진행되며 후계자 발굴 작업이 시급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형이었던 김태균과 이범호,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류현진에 취해 유망주 육성을 게을리 했고, 여파는 2010년대 암흑기로 이어졌다.
한용덕 감독은 2018년 지휘봉을 잡아 그해 곧바로 한화를 3위에 올려놓았다. 10년 연속 이어지던 가을 야구 미진출의 사슬을 끊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도 한화의 세대교체는 순조롭게 이어지지 못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하주석의 성장은 느리게 진행됐고 정은원이 등장했으나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유망주다.
반면, 베테랑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암흑기가 시작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김태균은 팀의 레전드라는 이유만으로 1년간 10억원의 FA 계약을 안겨줬고, 이용규와 이성열, 송광민 등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을 이루는 한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8.5세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 연령은 27.3세.
특히 구단별 선수연봉 상위 5걸을 살펴보면 한화 선수단의 노쇠화 문제는 더욱 크게 부각된다. 한화는 정우람(35)을 비롯해 김태균(38), 이성열(36), 이용규(35), 안영명(36), 송광민(37)이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무려 36.2세에 이른다.
당연히 10개 구단 최고 연령이며 이 부문 2위인 삼성(35.2세)보다도 1살이나 많다. 게다가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키움(27.0세)과 비교하면 10살에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고 한화의 고액 연봉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이끌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한화는 유망주 육성에 게을렀고, 당장의 성적만을 위한 선수 영입,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과도한 의리라는 문제가 수년째 빤히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듯 모든 책임을 감독 1명에게 떠넘긴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