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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흥행 못해도 도전"...감독으로 변신한 배우들


입력 2020.06.10 09:58 수정 2020.06.11 00:05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정우성·하정우·김윤석·정진영 등

작품성과 흥행 성적 이어지지 않아

정우성.ⓒ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감독에 도전한 33년차 베테랑 배우 정진영은 자신을 "늙다리 초보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진영의 도전에 대해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물론 배우가 감독에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배우가 섬세하게 다듬은 작품이 반드시 흥행의 길을 걷지 않기 때문이다.


정진영이 메가폰을 잡은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조진웅 분)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와 드라마를 활발하게 오가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진영은 "4년 전부터 감독을 준비하며 "내게 단 한 번의 연출기회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고민했다. 이 주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영 앞에는 감독에 도전한 여럿 배우가 있었다.


특유의 유머 코드를 살린 저예산 코미디 '롤러코스터'(2013)로 감독에 데뷔한 하정우는 2015년 100억원대 대작 '허삼관'을 선보였다.지난해 4월 개봉해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작품이다. 작품에서 주로 거칠고 남성적인 모습을 드러낸 김윤석은 '미성년'을 통해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김윤석 작품이 맞나", "김윤석의 재발견"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정우성은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으로 쌓은 연출 경험을 토대로 장편 영화 '보호자'를 만들 계획이다. 자신에게 남은 단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정우성이 감독,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배우 김윤석.ⓒ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달 개봉한 '초미의 관심사'를 연출한 남연우 감독도 배우 출신이다. '분장', '열두 번째 용의자', '그녀를 사랑합니다'에 나왔다.


여성 배우들도 연출에 두각을 보였다. 연기파 배우 문소리는 데뷔 18년차 중견 여배우의 현실을 오롯이 담아낸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추상미는 북한 전쟁고아들을 다룬 '폴란드로 간 아이들'(2018)을 각각 선보였다. 조은지는 연출 데뷔작 '입술은 안돼요'의 촬영을 끝낸 상태다.


배우 출신 감독들의 작품은 심리 묘사가 돋보인다. 연기를 통해 경험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연출에 접목하는 셈이다. '미성년'의 염정아는 감독 김윤석에 대해 "섬세하고 꼼꼼한 인물 표현에 놀랐다"고 했다.


배우끼리 통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라진 시간'의 조진웅은 정진영 감독에 대해 "길게 대화하지 않아도 얘기가 잘 통했다"고 전했다.


배우가 감독 자리에 섰을 때는 배우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는 기분을 느낀다. 김윤석은 "연기, 연출 다 매력이 있지만 감독이 돼서 모니터를 봤을 때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출을 통해 꿈을 이뤘다는 정진영은 "영화를 찍으면서 행복했다. 힘이 펄펄 났고 싱글벙글 웃음이 났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 출신 감독들의 한계는 '흥행성'이다. 하정우의 '롤러코스터'는 27만명, '허삼간'은 95만명을 동원해 흥행에 실패했다. 김윤석의 '미성년'도 27만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여배우는 오늘도'와 '폴라드로 간 아이들'은 저예산 영화였다. 배우 출신 감독들의 작품이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벤 애플랙, 에단 호크 등이 연출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는 명작을, 벤 애플랙은 아카데미 3관왕을 휩쓴 '아르고'를, 에단 호크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를 선보이며 '배우 출신 명감독'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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