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두산에 패하며 프로야구 역대 최다 기록인 18연패 달성
10년 간 팀의 문제점 한꺼번에 드러나, 실망스런 행보에 팬들도 등 돌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속절없이 추락 중이다.
한화는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패하며 결국 18연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화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한 역대 최다 연패인 18연패와 동률을 이뤘다.
한화의 18연패가 가져다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먼저 18연패를 기록한 1985년 삼미 스타즈와 1999년 17연패를 당했던 쌍방울의 경우 모기업이 힘들어 겨우겨우 야구단을 운영하는 상황이었지만, 한화 이글스는 대기업 한화 그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구단 운영 자체가 안정적이다.
그러다보니 응원하는 팀의 18연패를 현실로 겪은 한화 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한화 팬들은 '보살팬'이라 불린다. 팀이 부진할 때도 묵묵히 곁에서 열성적인 응원을 하기 때문이다.
2009시즌을 시작으로 한화는 2014시즌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2009시즌 이후 가을야구에 나선 것도 2018시즌 단 한 번뿐이다.
매 시즌 하위권에 머물러도 한화 팬은 행복했다. 패배가 더 익숙한 팀을 응원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연패를 거듭하다가도 한 번 이기면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했다. 팀이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여도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라는 가사의 응원가를 불러온 것이 한화 팬들의 지난 10년이었다.
하지만 18연패를 당하면서 팀을 대하는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팬들은 지난 10년 간 곪았던 상처가 주는 고통을 더는 참지 않고 있다.
신인 트래프트에서 매년 상위 픽을 차지하고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 유망주, 매년 주전을 꿰차고 있는 베테랑들의 부진, 지난 시즌 감독과 선수의 갈등, 현장과 프런트의 소통 부재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이미 올 시즌 최악의 팀이 되어버린 한화에게 '보살 팬'들은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년 간 매 시즌 바뀌지 않았던 한화의 시행착오를 ‘행복 야구’로 더이상 미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라만 봐도 행복하기만 했던 한화의 야구는 사라졌고, 연패의 터널을 빠져나올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2020시즌 한화 야구를 응원하는 '보살 팬'들 역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