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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피플라운지]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코로나 사태, 뒷북 말고 선제 대응을"


입력 2020.06.23 07:00 수정 2020.06.24 13:24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혹독하게 메르스 겪고 만든 게 현재의 방역시스템

앞으로 감염경로 추적보다는 예방에 더 집중해야

계절독감 같은 유행병 될 것… "면역력 약해지면 재감염 늘어날 가능성도"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초기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중국인 입국 차단을 했더라면. 그 이후에라도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라는 의료계 조언을 서둘러서 따랐더라면. 메르스 때 경험을 통해 구축한 시스템이 더 빨리 가동돼 확진자 10인 이하의 '코로나 청정국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을 만났다. 그는 1990년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대한의사협회 이사,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 국회 선진사회연구포럼 전문회원,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보건위생분과위원장,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초대 원장 등을 지낸 보건의료 관련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이날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방역당국의 대응과 한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장 전 원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헌법이 보장한 최고의 가치로, 새로운 감염병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과하다 싶게 대응해야 한다고 수차례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장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의사 출신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이제는 아프리카 어느 부족이 기침을 하면 그 다음날 대한민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교통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의 공동체가 됐고, 공항은 모든 감염병의 관문이 된 지 오래다.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3번째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포했다. 하지만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등을 포함하면 감염병의 유행이 점점 짧은 주기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의 개인 위생관리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식생활 등)과 선진 시민의식이 필요해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더욱 강화된 국가적 방역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질병 예방에 대한 방역당국의 대응이 어떻다고 느꼈나.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차단한 대만, 몽골, 베트남 등은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건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감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 후 전파력이 33% 감소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후 10%가 추가로 줄었다고 보고돼 있다. 위기 단계를 좀더 서둘러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대처해야 했다고 본다. 메르스 때와는 확산 속도나 치명률이 달라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가 39명이고 코로나 희생자가 280명이다. 메르스 당시 사망자가 나온 것을 두고 정부에 책임을 묻고 강하게 비난했던 사람들이 세운 정권에서 희생자가 더 많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근 수도권 감염의 특징은 산발적이면서 소규모의 집단 감염 형태를 보인다. 이태원, 물류센터, 돌잔치 연회장, 택배회사, 콜센터, 개척교회 등 각각의 연결고리가 정확하지 않다. 그 동안 정부의 대응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를 통해 추가 전파를 방지하는 형태의 뒤따라가는(뒷북치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정부 방역이 선제적 대응 방식으로 사전 예방과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 학교, 직장, 기타 시설 등에 대해 표본을 만들어 감시하고, 학교는 교육청, 직장은 고용노동부, 시설은 지자체 등이 통상 관리해 오던 것처럼 감염에 대해 사전 예방을 잘하고 있는지 관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 사전에 예방관리가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너무 빨리 전환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은 생활필수품 빼놓고는 상점 자체가 문을 다 닫아버렸다. 음식물을 파는 곳만 열려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그런 조치를 초기에 2~3주 정도 강력하게 시행했더라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기에 잡혔을 수도 있지 않나. 느슨한 방역으로는 사태 종결이 어렵다. 너무 과한 거 아니냐는 대응이 사태를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지난 22일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일리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지 않고 독감처럼 상시 전염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최근 마이클 라이언 WHO 사무차장은 코로나19가 퇴치되리라는 기약도 없고, 백신 개발도 회의적이라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엔데믹(endemic)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데믹은 특정 지역에 토착화돼 사라지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전염병을 뜻한다. 말라리아나 뎅기열이 엔데믹에 해당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아미노산 종류에 따라 S, V, G 그룹과 기타로 나뉜다. S와 V그룹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유행, G그룹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다. 이를 대륙이나 국가간 전파경로에 따라 S그룹은 A형, V그룹은 B형, G그룹은 C형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는 이 모든 유전자 그룹이 발견됐다. 이렇듯 여러 종류의 유전자 형태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계절독감이나 에이즈처럼 상시 전염병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두꺼운 KF마스크보다 얇은 덴탈마스크를 선호하고 있다. 예방이 충분하게 될까.


-마스크는 감염자가 다른 사람에게 호흡기 감염을 전파시키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는 비말감염이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중요한데, 늘상 착용할 필요는 없고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가 중요하다. 실내와 같이 밀폐된 곳이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당연히 써야 한다. 덴탈 마스크, 수술 마스크는 95% 비말을 걸러질 수 있어서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떤 마스크를 쓰느냐보다 올바르게 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를 쓰기 전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벗은 후에도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좋다. 마스크를 벗거나 쓸 때 귀걸이 끈을 잡고 사용해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상용화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에 스스로 대비하기 위해선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면역력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엔 어떤 게 있나.


-금연, 절주, 긍정적 사고와 스트레스 줄이기가 중요하다. 또 아침식사는 되도록이면 꼭 먹고, 나트륨 1일 2000mg 이하의 저염식과 1일 5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생활 속 신체 활동을 1일 30분, 주 5일 이상 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볕을 하루 20분 정도로 자주 쐬면 피부에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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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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