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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21년이면 호상”…코미디 최장수 프로그램 ‘개콘’을 보내며


입력 2020.06.28 07:10 수정 2020.06.29 08:2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KBS ⓒKBS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KBS2 ‘개그콘서트’가 26일 방송을 끝으로 길었던 역사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14일 KBS는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잠정 휴식기를 공식 발표했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종영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많은 인기 코미디언들을 배출하고, 공개 코미디 프로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개콘’은 비록 종영을 맞았지만 방송가에 굵은 획을 그었던 것은 분명하다. 30%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던 프로그램이 한 자릿수 초반대의 시청률로 내려앉으며 긴 암흑기를 보내고 결국 씁쓸한 퇴장을 하게 되기까지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봤다.


◆ 전성기의 시작, 그리고 길고 긴 암흑기


1999년 ‘개그콘서트’는 백재현과 서울예대 후배들이 대학로에서 하던 ‘투유’ 공연을 그대로 방송에서 재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방송에서 공개 코미디를 선보이고 즉석 애트리브 등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방송 시작 3개월 만에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초대박을 터뜨렸다. 심현섭을 스타덤에 올린 ‘사바나의 아침’, 김영철의 ‘안내전화’ 등 당시 인기 코너는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개그콘서트’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1년 5월 봄 개편이 계기가 됐다. 기존 토요일 오후 시간대에 편성됐던 프로그램을 일요일 밤 9시대로 이동했다. 이후 18년이 넘게 이 시간대에 정착했다. 유배와 다름없는 이 시간에 편성됐음에도 전성기로 불리는 건 김지선, 이병진, 박성호, 강성범, 박준형, 정종철, 김숙 등을 영입하면서 다수의 캐릭터들이 인기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2002년 말에는 30%에 달하는 시청률을 내며 대히트했다.


2003년 스타밸리 소속 개그맨들(심현섭, 박성호, 이병진, 박성호, 김준호, 김대희, 김숙 등)이 집단하차하면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금씩 기회를 노리고 있던 신인 개그맨들이 오히려 맹활약하면서 2003년 8월 31일(200회 특집) 방송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 35.3%를 기록했다. 또 당시 프로그램의 수장 역할을 했던 박준형은 2003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스타밸리 집단 하차 사태에서 출발했던 SBS ‘웃찾사’가 한때 ‘개콘’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노예계약 파동으로 하락세를 탄 2005년 중반부터 다시금 ‘개콘’의 1강 체제가 공고해졌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장난하냐’ ‘주먹이 운도’ ‘수능 박선생’ 등의 인기 코너와 ‘봉숭아학당’의 출산드라 같은 대박 캐릭터가 연달아 나오던 때였다.


2006년(평균 시청률 18.45%)과 2007년(평균 시청률 16.45%)은 코너들이 연달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SBS ‘웃찾사’와 MBC ‘개그야’까지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 시기를 짧지만 강렬했던 ‘공개 코미디의 황금기’로 만들었다. 이후에는 약간의 변동 폭은 있었지만 매년 10%중후반대 시청률로 프로그램을 유지해왔다.


본격적으로 암흑기가 시작된 건 2014년 세월호 사건 여파로 6주간 결방이 된 이후 많은 코너들이 종영됐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코너 내용이 단순화되고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를 잃어가면서였다. 그나마 고정 시청층이 존재하면서 11~12%를 유지했지만 2015년 후반 시청률 두 자리의 벽이 깨졌다.


2016년부터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부진은 물론이고 장기적 코너 발굴의 실패, 제작진의 역량 문제 등이 꾸준히 언급됐다. 특히 당시 ‘제작진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한 라디오에서 “개콘의 아이디어는 제작진 의견을 전적으로 따른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개콘’이 재미가 없어진 것 이유를 여기서 찾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유입되는 시청자는 없고, 고정 시청자들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현상도 있었다. 이 시기는 관찰예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이기도 하다. 시청률 5% 벽까지 깨지자 제작진은 2019년 12월, 18년간 지켰던 일요일 오후 9시 시간대를 떠나, 토요일 오후 9시 15분으로 이동 편성됐다. 그로부터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올해 4월 10일부터 봄개편으로 금요일 오후 시간대로 변경됐다. 시청률은 그 사이 한자릿수 초반으로 떨어졌고, 제작진은 결국 잠정 중단을 가장한 종영을 발표했다.


ⓒKBS ⓒKBS

◆ “21년 살았으면 호상”…선후배 코미디언 총출동해 치른 마지막


26일 방송된 ‘개콘’ 마지막회에서는 그간 프로그램을 거쳐갔던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김대희와 신봉선은 ‘마지막 새코너’의 개콘 장례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대희는 “21년 살았으면 호상”이라며 프로그램의 오랜 역사를 언급하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콘’ 장례식을 위해 프로그램을 휩쓸었던 선배 코미디언들이 앞 다퉈 찾아오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밖에도 이날 방송에서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코너를 다시금 선보이는가 하면, 멤버들은 한 자리에 모여 ‘나에게 개콘이란’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개콘’은 나의 일기였다” “아무것도 볼 것 없던 나를 스타로 만들어준 특급 매니저” “‘개콘’ 덕분에 밤하늘에 작은 별이 될 수 있었다” “선물 같은 프로그램이다. 딸과 아들, 아내를 줬다” “내 인생의 가장 오랜 직장” “내 모든 20대를 ‘개콘’에서 보냈다. 내 청춘을 다 바쳤다” 등의 가슴 벅찬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이날 프로그램의 끝에는 오랜 기간 ‘개콘’의 엔딩을 장식했던 이태선 밴드가 등장했다. 추억을 자극하는 이태선 밴드의 엔딩곡으로 ‘개콘’은 진짜 안녕을 고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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