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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인건비까지”...편의점업계 깊어지는 ‘한숨’


입력 2020.07.04 06:00 수정 2020.07.04 05:5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알바보다 못버는 편의점 점주 현실…“폐업률도 갈수록 높아”

편의점협회 강력 반발…“지난 3년간 32% 인상, 부작용 수두룩”

ⓒ편의점협회 ⓒ편의점협회

편의점 업계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마저 추가 인상될 경우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업태 특성상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고용률이 높아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편의점이 최저임금에 따른 가맹점주 순이익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해본 결과, 내년 시급이 올해보다 16.4% 오른 1만원이 되면 편의점 월 평균 순이익은 올해 315만원에서 내년 239만원으로 2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기타수입 및 비용 상승률을 1.5%로 가정한 뒤 추산한 결과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동안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주 단위로 임금을 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 수와 주휴 시간 수를 합산해 최저임금을 계산하도록 한다. 여기에 야간수당의 경우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편의점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국내 4대 편의점에서 편의점 한 곳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의 70% 수준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편의점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은 5억8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 매출을 기준으로 점주가 주당 50시간을 근무할 경우, 월 수익은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100만원 이하로 알바보다 못버는 편의점 점주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편의점의 20%는 인건비와 임대료조차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라며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충남 당진시의 한 편의점 점주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알바 문의 사절' 안내문을 문에 붙여놓은 모습.ⓒ연합뉴스 충남 당진시의 한 편의점 점주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알바 문의 사절' 안내문을 문에 붙여놓은 모습.ⓒ연합뉴스

편의점 협의회가 공개한 편의점 손익 계산서를 살펴 보면, 실제로 인건비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준 5대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가맹점의 평균 매출액은 연간 5억7344만원이었다. 2019년 자료는 취합 전이지만, CU의 경우 지난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연간 5억8991만원으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가맹점주들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가 급격히 움츠러들면서 전체 매출이 2~3년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한 집 건너 한 집 편의점으로 경쟁률도 높아지면서 점포당 남는 순이익 역시 크게 줄었다.


점주들은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가맹점주들의 경우, 알바생을 일명 ‘쪼개기’로 편법 고용하거나 폐업하는 길을 선택하는 추세다. 또 결국 점주들이 직접 근무하는 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많아, 역으로 일자리도 줄고 있다.


문제는 알바생을 줄이게 되면 뒤따르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인력이 줄어드는 대신 기존 근무자의 업무 강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통상적으로 알바생은 계산 등 손님 응대 외에도 물류 정리, 즉석조리, 점포 관리 등을 담당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알바생에게 줄 인건비를 버티다 못 해 아예 문을 닫는 편의점도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계약 만기 종료 및 브랜드 이동 등의 이유가 아닌 편의점 사업을 접기 위해 중도 계약 해지하는 편의점 수는 2016년 360개, 2017년 420개, 2018년 460개 등 증가 추세다.


또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시간당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2018년 7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편의점에서만 아르바이트(풀타임) 일자리 4만2000개 이상이 사라졌다. 2018년보다 10.9% 오른 지난해도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비슷한 규모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배경으로 편의점협회는 지난 2일 이번 최저임금 인상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또 협의회는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위기를 반영하고,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2.87% 삭감(전년도 인상분) ▲주휴 수당 폐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 차등화를 촉구했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는 초비상 상황에 최저임금 인상을 절대 반대한다”며 “지난 3년간 32% 인상까지 이뤄졌고,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증명됐으며, 노동계가 목표한 취약 계층의 고용 안정에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시국이 진정 국면에 이르기 전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바 자영업자, 특히 우리 편의점 업계는 임금 인상의 여력이 없다”고 부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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